우즈와 비교되던 한국오픈 챔프 한승수 "이젠 코리안투어 선수"
한국 골프 내셔널 타이틀 대회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한 미국 교포 한승수(36)는 주니어 시절엔 타이거 우즈, 필 미컬슨(이상 미국)과 비교되던 골프 신동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배운 골프에 재능이 뛰어나 중학교 2학년 때 미국으로 골프를 배우러 건너간 한승수는 14살이던 2001년 US 아마추어 챔피언십 최연소 본선 진출에 성공해 미국에서도 주목받았다.

2002년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주관 대회에서 5승을 올려 우즈와 미컬슨이 갖고 있던 최다 우승(4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험난했다.

PGA 2부투어에 이어 캐나다, 중국에 이어 아시안프로골프투어를 전전했다.

2017년 일본프로골프투어 카시오월드오픈에서 프로 대회 첫 우승을 이룰 때까진 고난의 연속이었다.

2020년 발을 디딘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는 한승수에게 새로운 기회의 무대가 됐다.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그는 지난해부터는 병행하던 일본투어를 접고 KPGA코리안투어에 전념하기로 했다.

25일 한국오픈 우승 기자회견에서 한승수는 "PGA투어 진출은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이제 KPGA 코리안투어 선수"라고 못 박았다.

아내, 7살 딸, 5살 아들 앞에서 우승한 한승수는 "메이저대회를 비롯한 PGA 투어 큰 대회에 나갈 기회가 생기면 나가지만 PGA투어 풀타임 선수에는 도전할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승수는 "한국오픈 우승으로 받은 5억원의 우승 상금보다 더 반가운 건 5년 시드"라고 밝힌 이유다.

다만 "너무 나가고 싶던 디오픈 출전은 기쁘다"면서 "컷 통과가 목표"라고 말했다.

통산 두 번째 우승을 내셔널 타이틀 대회 한국오픈에서 이룬 감격도 감추지 못했다.

"한국 골프의 최고봉 아닌가.

다른 대회와 똑같을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까 다르더라"는 한승수는 "미국에서 오래 지내서 국내에서 인지도가 떨어지는데 한국오픈 우승은 내게 큰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번 우승으로 상금랭킹 1위에 오른 한승수는 "내친김에 상금왕과 대상에 도전하겠다"고 야심을 드러냈다.

목 디스크와 아킬레스 건염을 앓고 있다는 한승수는 "종종 통증은 있지만 골프를 못 할 정도는 아니다.

잘 관리하고 있다"면서 "이번 대회에서는 퍼트와 정신력이 우승의 원동력"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면서 "경기 도중에 순위표를 보지 않으려 애썼다"고 밝혔다.

"순위보다는 내 골프만 치는 게 목표였다"는 한승수는 "순위표가 마치 '나를 보라'고 외치는 듯 커다랗게 서 있어서 안 볼 수는 없었다"고 웃었다.

2위와 5타 앞선 채 18번 홀(파5)을 맞은 그는 "마지막 홀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놓고 나서야 우승을 확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승부처로 8번 홀(파5) 버디 퍼트와 15번 홀(파4) 파세이브를 꼽았다.

8번 홀에서는 웨지샷을 제대로 치지 못해 버디 퍼트가 20m 가량 남았다.

경사도 심해 "두 번 퍼트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한승수가 굴린 볼은 거짓말처럼 홀 안으로 사라졌다.

15번 홀에서는 티샷이 오른쪽으로 크게 빗나갔다.

OB 구역으로 날아간 줄 알고 프로비저널 볼까지 친 한승수는 무성한 풀숲에서 볼을 찾았다.

너무 무성한 풀 속이라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고 티박스로 돌아갈까 고민한 끝에 볼을 쳐낸 한승수는 "백스윙하는 순간까지 고민했다.

하지만 우승하려면 이 순간을 헤쳐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세 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려 8m 파퍼트를 집어넣은 한승수는 "퍼트하면서도 중요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오는 9월이면 만 37세가 되는 한승수는 "나이가 들면서 체력은 떨어지지만,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고 노련해진다"며 KPGA 코리안투어에서 어린 후배들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자신감을 보였다.

키 175㎝에 70㎏의 비교적 작은 체격인 한승수는 "드라이버 비거리 캐리(떠서 날아가는 거리)가 290야드는 된다.

보기보다 힘이 세다"며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