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질구질한 과거를 없애려는 사람들에게… 연극 '겟팅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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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과거는 지우고 싶은 기억일 뿐이다. 구질구질하고 무기력하고 초라함뿐인 인생을 간직하고 싶은 사람이 있겠는가. 연극 ‘겟팅아웃’은 과거의 자신을 죽이고 다시 태어나려는 어느 여성의 이야기다. 살인을 저지른 매춘부는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을까.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한 ‘겟팅아웃’은 미국 퓰리처상 수상자 마샤 노먼이 1977년 발표한 희곡이다. 총기 사고로 사람을 죽인 알린(이경미 분)은 8년간 복역을 마치고 마침내 사회로 돌아간다. 허름한 아파트에서 알린에게 벌어지는 24시간이 연극의 뼈대다. 연극계 ‘스타 연출가’ 고선웅이 지난해 9월 서울시극단장으로 부임한 뒤 내놓은 첫번째 연출작이다.
수감기간 동안 알린은 남들처럼 살아보겠다고 셀 수도 없이 다짐했지만 석방 뒤의 상황은 절망스럽다. 교도소에서 나온 알린을 차에 태워 직접 아파트까지 데려다 준 교도관 베니(정원조 분)는 음흉한 속내를 감추고 있고, 알린의 남자친구이자 교도소에서 낳은 아이의 아빠 칼(서우진 분)은 그녀에게 다시 매춘을 강요한다. 그들의 배려 없고 무자비한 노크 소리는 알린이 꿈꾸던 평화에 균열을 낸다. 심지어 엄마(박윤정 분)마저 온전한 힘이 되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알린의 미래는 결국 또 다시 산산조각나는 것 같았다. 평범하게 취직을 하고 돈을 벌어 아이를 찾아오겠다는 알린의 꿈은 요원해 보인다. 알린의 차갑고 지저분한 아파트는 교도소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방범창 역시 교도소의 철창살과 닮아 있다.
가장 심하게 알린을 괴롭하는 존재는 바로 자신이다. 연극에서는 두 명의 알린이 등장한다. 현재의 알린과 과거의 알린이다. 알린은 과거에 알리(유유진 분)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알린은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한 어린 시절 그리고 분노와 일탈로 가득 했던 청소년기를 거쳐 살인까지 저지른 과거의 자신을 극도로 혐오한다. 결국 자해를 통해 과거의 자신(알리)을 죽이고 개명한 이름이 바로 알린이다.
연극은 두 명을 한꺼번에 보여준다. 관객이 바라보는 무대 왼쪽과 2층엔 교도소의 문제아 알리가 등장하고, 오른쪽엔 지금의 아파트 속 알린이 배치된 형식이다. 어둠 속을 걷고 있는 알린에게 루비(최나라 분)가 나타난다. 루비는 유일한 조력다. 그는 보호감찰관에게 연락할 수 있도록 전화를 빌려주고, ‘너도 할 수 있어’라고 용기를 북돋아 준다. 알린이 다시 평화를 꿈꿀 수 있게 해 준다. 사소하지만 대단한 일이었다.
마침내 알린과 알리는 무대 한 가운데에서 만나 뜨거운 포옹을 나눈다. 죽도록 미웠던 과거의 나를 용서하고 화해하는 장면으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알린은 과거를 지우지 않고도 새로운 삶을 찾는다. 공연은 7월 9일까지.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한 ‘겟팅아웃’은 미국 퓰리처상 수상자 마샤 노먼이 1977년 발표한 희곡이다. 총기 사고로 사람을 죽인 알린(이경미 분)은 8년간 복역을 마치고 마침내 사회로 돌아간다. 허름한 아파트에서 알린에게 벌어지는 24시간이 연극의 뼈대다. 연극계 ‘스타 연출가’ 고선웅이 지난해 9월 서울시극단장으로 부임한 뒤 내놓은 첫번째 연출작이다.
수감기간 동안 알린은 남들처럼 살아보겠다고 셀 수도 없이 다짐했지만 석방 뒤의 상황은 절망스럽다. 교도소에서 나온 알린을 차에 태워 직접 아파트까지 데려다 준 교도관 베니(정원조 분)는 음흉한 속내를 감추고 있고, 알린의 남자친구이자 교도소에서 낳은 아이의 아빠 칼(서우진 분)은 그녀에게 다시 매춘을 강요한다. 그들의 배려 없고 무자비한 노크 소리는 알린이 꿈꾸던 평화에 균열을 낸다. 심지어 엄마(박윤정 분)마저 온전한 힘이 되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알린의 미래는 결국 또 다시 산산조각나는 것 같았다. 평범하게 취직을 하고 돈을 벌어 아이를 찾아오겠다는 알린의 꿈은 요원해 보인다. 알린의 차갑고 지저분한 아파트는 교도소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방범창 역시 교도소의 철창살과 닮아 있다.
가장 심하게 알린을 괴롭하는 존재는 바로 자신이다. 연극에서는 두 명의 알린이 등장한다. 현재의 알린과 과거의 알린이다. 알린은 과거에 알리(유유진 분)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알린은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한 어린 시절 그리고 분노와 일탈로 가득 했던 청소년기를 거쳐 살인까지 저지른 과거의 자신을 극도로 혐오한다. 결국 자해를 통해 과거의 자신(알리)을 죽이고 개명한 이름이 바로 알린이다.
연극은 두 명을 한꺼번에 보여준다. 관객이 바라보는 무대 왼쪽과 2층엔 교도소의 문제아 알리가 등장하고, 오른쪽엔 지금의 아파트 속 알린이 배치된 형식이다. 어둠 속을 걷고 있는 알린에게 루비(최나라 분)가 나타난다. 루비는 유일한 조력다. 그는 보호감찰관에게 연락할 수 있도록 전화를 빌려주고, ‘너도 할 수 있어’라고 용기를 북돋아 준다. 알린이 다시 평화를 꿈꿀 수 있게 해 준다. 사소하지만 대단한 일이었다.
마침내 알린과 알리는 무대 한 가운데에서 만나 뜨거운 포옹을 나눈다. 죽도록 미웠던 과거의 나를 용서하고 화해하는 장면으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알린은 과거를 지우지 않고도 새로운 삶을 찾는다. 공연은 7월 9일까지.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