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경쟁업체로 옮긴 전 연구원 전직금지 가처분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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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서 20여년 근무하다 마이크론으로 이직
法 "전직금지 약정 무효 아냐"
法 "전직금지 약정 무효 아냐"
DRAM(메모리 반도체) 설계 등 핵심 업무를 맡다가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으로 이직한 연구원에 대해 삼성전자가 제기한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0부(임해지 부장판사)는 삼성전자가 마이크론으로 이직한 전 연구원 A씨를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최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는 2024년 4월까지 마이크론이나 그 계열사에 고용되거나 DRAM 연구 개발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에서 20여년간 근무한 A씨는 DRAM 설계 업무를 맡아 선임연구원에 이어 수석연구원 직책에 오르기도 했다. A씨는 작년 4월 삼성전자를 퇴사하며 "앞으로 2년간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에 취업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전직금지 약정)를 제출했다.
3개월 뒤 A씨는 미국의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일본 지사에 입사한 데 이어 올 4월부터는 미국 본사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론은 작년 1분기 기준 세계 DRAM 시장 점유율 3위에 오른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약정 위반을 근거로 A씨에 대한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삼성전자 측은 "DRAM 설계 관련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산업기술"이라며 "2년이 지나지 않았는데 경쟁업체로 이직한 것은 영업비밀 침해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전직금지 약정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했고 2년이란 기간도 과하다"며 "직업의 자유를 과하게 제한하므로 약정은 무효"라고 맞섰다.
법원은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는 20년 넘게 DRAM 업무를 담당하며 삼성전자가 쌓은 기술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며 "A씨 스스로 서약서에 영업비밀 항목을 기재한 만큼 정보가 유출될 경우 삼성전자에 손해가 될 수 있었음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분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있음을 고려하면 직업선택의 자유를 어느 정도 제한하더라도 약정이 유효라고 볼 만한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가를 받지 못했다"는 A씨의 주장에 재판부는 "삼성전자는 퇴직을 희망한 A씨에게 1억원의 특별 인센티브를 제안하고 해외근무 기회와 사내 대학원 부교수직 보임 기회 등을 제안했으나 A씨는 모두 거절했다"며 "금전보상이 없었다고 해도 약정이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0부(임해지 부장판사)는 삼성전자가 마이크론으로 이직한 전 연구원 A씨를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최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는 2024년 4월까지 마이크론이나 그 계열사에 고용되거나 DRAM 연구 개발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에서 20여년간 근무한 A씨는 DRAM 설계 업무를 맡아 선임연구원에 이어 수석연구원 직책에 오르기도 했다. A씨는 작년 4월 삼성전자를 퇴사하며 "앞으로 2년간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에 취업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전직금지 약정)를 제출했다.
3개월 뒤 A씨는 미국의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일본 지사에 입사한 데 이어 올 4월부터는 미국 본사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론은 작년 1분기 기준 세계 DRAM 시장 점유율 3위에 오른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약정 위반을 근거로 A씨에 대한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삼성전자 측은 "DRAM 설계 관련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산업기술"이라며 "2년이 지나지 않았는데 경쟁업체로 이직한 것은 영업비밀 침해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전직금지 약정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했고 2년이란 기간도 과하다"며 "직업의 자유를 과하게 제한하므로 약정은 무효"라고 맞섰다.
법원은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는 20년 넘게 DRAM 업무를 담당하며 삼성전자가 쌓은 기술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며 "A씨 스스로 서약서에 영업비밀 항목을 기재한 만큼 정보가 유출될 경우 삼성전자에 손해가 될 수 있었음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분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있음을 고려하면 직업선택의 자유를 어느 정도 제한하더라도 약정이 유효라고 볼 만한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가를 받지 못했다"는 A씨의 주장에 재판부는 "삼성전자는 퇴직을 희망한 A씨에게 1억원의 특별 인센티브를 제안하고 해외근무 기회와 사내 대학원 부교수직 보임 기회 등을 제안했으나 A씨는 모두 거절했다"며 "금전보상이 없었다고 해도 약정이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