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보다 매혹적인 웨스 앤더슨의 세계로 오세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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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윤성은의 Cinema 100
여름 시즌 할리우드 대작들의 공세 속에 웨스 앤더슨 감독의 ‘애스터로이드 시티’(2023)가 개봉했다. 팬시한 장소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그의 포스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의 인기나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라는 명성치고는 흥행이 부진하다.
하긴, 전작인 ‘프렌치 디스패치’(2021)도 10만 명이 채 들지 않았고, 그 전작인 ‘개들의 섬’(2018)도, 물론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수성은 있지만, 약 3만3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그렇다면 약 77만 명의 관객들 불러모으며 국내에 ‘웨스 앤더슨 앓이’를 일으켰고, 재개봉까지 성공적이었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예외적인 케이스였던 것일까. 앞으로도 예외적인 작품으로 남을 것인가.
흥행 성적이 말해주듯 대중성으로만 따지자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섣부른 전망일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그의 작품이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로얄 테넌바움’(2001), ‘다즐링 주식회사’(2007), ‘문라이즈 킹덤’(2012) 등 2010년대 중반까지 그의 작품들은 비교적 쉽고 세련된 형식을 갖고 있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특유의 시각적 스타일과 대중적인 서사가 완벽히 결합하면서 큰 호응을 얻은 작품이었다. 그러나 ‘프렌치 디스패치’와 ‘에스터로이드 시티’는 그가 상업영화 감독이 아니라 작가로서의 행보를 걷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만큼 웨스 앤더슨은 형식적으로 더 많은 실험을 감행하고 있고, 주제에 있어서도 역사와 철학과 문명을 더 치밀하게 파고든다. 불편한 방식은 아니지만 너무 지적이라 진입장벽이 높다.
돌아보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이전까지의 웨스 앤더슨 스타일을 집대성해 놓은 작품이다. 보다 탐미주의적으로 나아가기 직전에 어떤 변곡점이 된 영화로 볼 수도 있다. 이 작품에 대한 호감은 영화의 아이콘이 된 핑크색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가진 동화 같은 이미지로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신비스러울 정도로 예쁜 공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영화는 무려 2중 액자 구조를 통해 서술한다. 호텔 지배인이었던 ‘구스타브’가 연인이자 세계적 부호인 ‘마담.D’의 살인 용의자로 지명되어 쫓기다가 로비 보이인 ‘제로’의 도움을 받아 탈출한다는 이야기에 제로의 슬픈 연애담이 삽입된다.
가상의 시대,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차별과 폭력이 유럽을 지배했던 세계대전 당시를 모티브로 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야만적인 시대에도 아름다움과 명예, 품위, 예절을 지키고자 하는 구스타브의 태도를 통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냉소와 낭만, 현실과 판타지가 꽤나 부드럽게 조우하는 작품이다.
1930년대, 1960년대, 1980년대가 등장하기 때문에 시대별로 다르게 설정한 비율의 프레임 안에는 일관되게 대칭적 이미지가 사용되었다. 하늘색, 분홍색 등 파스텔 컬러에 톤 다운된 보라색, 빨간색, 노란색 등을 적절히 삽입시키면서 임팩트를 주었다. 카메라의 수직·수평적 이동, 극영화에서 드물게 사용하는 인물의 정면 샷과 배우들이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대사를 치는 연기 스타일도 웨스 앤더슨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다.
이야기를 챕터별로 나눠 전개하는 방식은 이후 작품들에도 이어지는데, ‘애스터로이드 시티’에서는 막과 장으로 나뉘는 연극의 형식과 뒤섞이기도 한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에서 스타일을 언급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이제까지 그를 다른 작가들과 구분시켜 왔기 때문이고, 그의 필모그래피를 읽어나가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하며, 무엇보다 그의 영화를 매혹적으로 만드는 요소(attraction)이기 때문이다.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오면 웨스 앤더슨은 보다 시적으로 영상을 구성해 나간다. 예전보다 불친절하므로 나름의 규칙을 찾아낼 때까지 관객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겠지만, 그의 전작들에서 보아왔던 형식, 캐릭터, 세계관 등이 힌트가 될 것이다. 뒤늦게 알게된 웨스 앤더슨이 어렵다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부터 시작해 보자.
하긴, 전작인 ‘프렌치 디스패치’(2021)도 10만 명이 채 들지 않았고, 그 전작인 ‘개들의 섬’(2018)도, 물론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수성은 있지만, 약 3만3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그렇다면 약 77만 명의 관객들 불러모으며 국내에 ‘웨스 앤더슨 앓이’를 일으켰고, 재개봉까지 성공적이었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예외적인 케이스였던 것일까. 앞으로도 예외적인 작품으로 남을 것인가.
흥행 성적이 말해주듯 대중성으로만 따지자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섣부른 전망일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그의 작품이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로얄 테넌바움’(2001), ‘다즐링 주식회사’(2007), ‘문라이즈 킹덤’(2012) 등 2010년대 중반까지 그의 작품들은 비교적 쉽고 세련된 형식을 갖고 있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특유의 시각적 스타일과 대중적인 서사가 완벽히 결합하면서 큰 호응을 얻은 작품이었다. 그러나 ‘프렌치 디스패치’와 ‘에스터로이드 시티’는 그가 상업영화 감독이 아니라 작가로서의 행보를 걷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만큼 웨스 앤더슨은 형식적으로 더 많은 실험을 감행하고 있고, 주제에 있어서도 역사와 철학과 문명을 더 치밀하게 파고든다. 불편한 방식은 아니지만 너무 지적이라 진입장벽이 높다.
돌아보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이전까지의 웨스 앤더슨 스타일을 집대성해 놓은 작품이다. 보다 탐미주의적으로 나아가기 직전에 어떤 변곡점이 된 영화로 볼 수도 있다. 이 작품에 대한 호감은 영화의 아이콘이 된 핑크색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가진 동화 같은 이미지로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신비스러울 정도로 예쁜 공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영화는 무려 2중 액자 구조를 통해 서술한다. 호텔 지배인이었던 ‘구스타브’가 연인이자 세계적 부호인 ‘마담.D’의 살인 용의자로 지명되어 쫓기다가 로비 보이인 ‘제로’의 도움을 받아 탈출한다는 이야기에 제로의 슬픈 연애담이 삽입된다.
가상의 시대,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차별과 폭력이 유럽을 지배했던 세계대전 당시를 모티브로 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야만적인 시대에도 아름다움과 명예, 품위, 예절을 지키고자 하는 구스타브의 태도를 통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냉소와 낭만, 현실과 판타지가 꽤나 부드럽게 조우하는 작품이다.
1930년대, 1960년대, 1980년대가 등장하기 때문에 시대별로 다르게 설정한 비율의 프레임 안에는 일관되게 대칭적 이미지가 사용되었다. 하늘색, 분홍색 등 파스텔 컬러에 톤 다운된 보라색, 빨간색, 노란색 등을 적절히 삽입시키면서 임팩트를 주었다. 카메라의 수직·수평적 이동, 극영화에서 드물게 사용하는 인물의 정면 샷과 배우들이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대사를 치는 연기 스타일도 웨스 앤더슨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다.
이야기를 챕터별로 나눠 전개하는 방식은 이후 작품들에도 이어지는데, ‘애스터로이드 시티’에서는 막과 장으로 나뉘는 연극의 형식과 뒤섞이기도 한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에서 스타일을 언급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이제까지 그를 다른 작가들과 구분시켜 왔기 때문이고, 그의 필모그래피를 읽어나가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하며, 무엇보다 그의 영화를 매혹적으로 만드는 요소(attraction)이기 때문이다.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오면 웨스 앤더슨은 보다 시적으로 영상을 구성해 나간다. 예전보다 불친절하므로 나름의 규칙을 찾아낼 때까지 관객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겠지만, 그의 전작들에서 보아왔던 형식, 캐릭터, 세계관 등이 힌트가 될 것이다. 뒤늦게 알게된 웨스 앤더슨이 어렵다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부터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