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 앤더슨에겐 사막도 파스텔톤…달콤쌉쌀한 진실에 관하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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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장센 거장의 11번째 신작 '애스터로이드 시티'
사진=유니버셜 픽쳐스
독특한 연기방식, 직선적인 카메라 무빙, 대칭 구도와 극강의 영상미….
모두 웨스 앤더슨 영화의 시그니처다.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앤더슨의 신작 '애스터로이드 시티'가 장마철 극장가를 찾는다. 지난 5월 칸 국제 영화제에서 상영 후 6분 30초간 기랍박수를 받아 화제가 됐던 영화다.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앤더슨 감독 특유의 세계관과 연출 방식이 전작에 비해 극대화된 양상을 보인다. 다만 그의 전작에서 나타나던 빠르고 많은 대사, 다수의 등장인물, 복잡한 구조도 함께 심화된 듯 하다. 그렇기에 그의 '진성팬'이라면 N차 관람을 해야할 수작이 될 것이고, 그저 '일반팬'이라면 '다소 난해하다'고 느낄 수 있다.
사진=유니버셜 픽쳐스
영화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형식이다. 전작인 '프렌치 디스패치'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처럼 이 영화도 액자식으로 구성돼 있다. 컬러 화면으로 표현된 애스터로이드 시티의 이야기는 연극이고, 이 연극을 만드는 작가와 배우, 감독 등 제작자들의 이야기가 또 다른 스토리를 이룬다. 이 부분은 흑백 장면으로 표현됐다. 이처럼 영화는 '극중극' 형식으로 허구와 현실을 오가며 진행된다.
영화의 주 무대인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1955년 미국에 있는 가상의 사막 도시이자 운석이 떨어진 도시다. 인구 87명 밖에 되지 않은 이 작은 마을에는 매년 운석이 떨어진 것을 기념하는 ‘소행성의 날’ 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저마다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마을에 모이게 되고, 이들은 우연한 사건으로 마을에 갇히게 된다. 마을에 억류된 된 이들에게 계속해서 황당하고 예측불허한 상황들이 펼쳐진다.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모인 이들은 대부분 상처와 상실을 가진 인물들이다. 최근 아내와 사별한 종군 사진기자인 ‘오기 스틴벡’이 대표적.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밋지 캠벨'도 마찬가지다. 그는 세기의 스타이자 유명 코미디 배우지만 나름의 고민과 상처를 안고 있다.
사진=유니버셜 픽쳐스
오기와 밋지 두 인물은 각자 숙소의 창문을 통해 대화하며 서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화면상에 나타난 창문과 창문의 거리만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다. 소위 '즙을 짜는' 과장된 감정이나 감정을 극대화하는 설정은 없다. 그저 중간중간 시니컬한 유머로 잔잔한 웃음을 던질 뿐. 마을에 갇힌 인물들은 느슨한 연대를 형성하며 은은한 위로와 어렴풋한 삶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영화의 형식은 앤더슨 특유의 세계관을 극대화한다. 애스터로이드 시티 이야기는 연극이기 때문에 막과 막이 여러 개로 나뉜다. 막과 막이 나뉘고 연극과 실제를 오가다 보니 이야기의 흐름이 이어지지 않는다. 영화는 이를 의도한 것처럼 보인다. 관객의 몰입이나 흡인력을 딱히 추구하지 않는 듯 하다. 관객에게 선명한 메시지를 던지거나, 어떠한 생각을 강하게 주입하려고 하지 않는 앤더슨 특유의 화법이다. 그저 자신이 완벽하게 창조한 영화 세계를 통해 조심스레 보여주고 제시할 뿐이다. 창문과 창문을 통해 약간의 거리를 두며 대화하던 극중 인물들처럼 말이다.
사진=유니버셜 픽쳐스
이른바 '앤더슨 사단'이라 불리는 초호화 캐스팅도 또다른 볼거리다. 제이슨 슈왈츠먼, 제프리 라이트, 애드리언 브로디, 틸다 스윈튼 등의 배우를 비롯, 톰 행크스와 스칼렛 요한슨, 마고 로비까지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모였다.
영화를 보다보면 "내가 영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극중에서도 이런 대사가 등장한다. 연극를 하던 배우가 "이 연극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연기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냐"고.
극중 대사처럼 알쏭달쏭한 퀴즈같은 이 영화의 모든 것을 파악하기는 쉽지않다. 실제 평단에서도 감독의 최고작이라는 평과 최악의 작품이라는 극단적 평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아름다운 가상의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만으로도 직관적 즐거움을 느끼기 충분하다. 특히 파스텔 색감의 사막마을은 우리가 살아 본 적도 없는 1955년의 미국을 그리워지게 한다. 28일 개봉, 105분.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