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에서 어린아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이른바 '노키즈존'(no-kids zones) 영업장이 성행하는 상황을 주요 외신에서 조명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가진 한국에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CNN 방송은 24일(현지시간)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에서 노키즈존의 타당성을 두고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어른들이 방해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려는 노키즈존은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눈에 띄게 인기를 끌었다"며 "카페와 식당에서 아이들을 막는 것은 출산 장려에 다소 역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꼬집었다.

CNN은 노키즈존이 제주도에만 80곳이 있고, 전국적으로는 400곳 이상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지난해 출산율은 0.78명으로 일본(1.3명)이나 미국(1.6명)보다 훨씬 아래이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문제로 노동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연금·의료비 문제가 커지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CNN은 "이미 한국의 젊은이들은 천정부지로 솟은 부동산 가격과 장시간 근로, 경제적 불안감 등으로 압력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매체는 노키즈존 도입을 촉발한 결정적인 계기로 지난 2012년 2월 발생한 푸드코트 화상 사건을 지목했다. 당시 서울 광화문의 한 서점 식당가에서 한 여성이 아들과 식사하다가 자신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종업원이 아이의 얼굴에 뜨거운 국물을 쏟고 조치 없이 사라졌다며 맹비난하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리며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그러나 얼마 후 아이가 식당에서 뛰어다니다 종업원에게 부딪힌 후 국물을 뒤집어쓴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되며 여론은 급반전했다.

CNN은 2021년 11월 한국리서치가 시행한 여론조사를 인용하기도 했다. 해당 조사에서 '사업주가 행사하는 정당한 권리이자 다른 손님에 대한 배려'라는 이유로 노키즈존 운영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응답이 71%에 달했고, '허용할 수 없다'는 비율은 17%에 그쳤다.

CNN은 출입제한 대상이 어린이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노틴에이저존'(10대 출입금지), '노시니어존'(노년), '노아재존'(중년) 등 연령에 따른 금지구역 설정도 있다. 나아가 '노래퍼존', '노유튜버존, '노프로페서존'(교수) 등 특정 직업을 가진 사람들까지 배제하는 공간도 등장하고 있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의 한국 전문가인 보니 틸란드 교수는 "한국의 20대와 30대는 개인적 공간에 대한 개념이 강한 경향이 있다"며 "이들은 갈수록 시끄러운 아이들과 노인들을 못 견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