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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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주식시장이 반등하고 있지만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광고 수익이 줄어든 가운데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등장으로 국내 검색 시장을 뺏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 미국 기술주가 AI 시장 선점 효과와 ‘깜짝실적’에 힘입어 신고가를 경신하는 것과 대비된다.

26일 네이버는 18만8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21년 7월 고점(46만5000원) 대비 60% 떨어졌다. 카카오도 5만에 마감해 2021년 6월 고점(17만3000원) 대비 70% 넘게 하락했다.

미국 기술주는 최고가를 경신하거나 최고점 돌파를 앞두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들어 39.7% 오르며 2021년 최고가를 넘어섰다. 알파벳과 메타플랫폼스는 각각 38.7%, 139.9% 올랐다. 같은기간 네이버는 6.4% 오르는 데 그쳤고 카카오는 6.4% 떨어졌다.

주가 추락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크게 광고 시장 침체와 챗GPT 출시를 핵심 요인으로 꼽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광고가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경기 침체로 광고주들이 예산을 삭감하면서 실적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AI 검색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내놓은 것도 악재로 꼽힌다. AI 검색 서비스는 IT 플랫폼 기업들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올랐는데, 네이버와 카카오는 관련 서비스를 아직 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검색 서비스가 핵심 사업인 네이버는 주요 수익원을 뺏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카카오는 핵심 자회사 상장에 따른 ‘지주사 디스카운트’ 가능성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주사는 자회사 중복 상장에 따라 기업가치가 낮게 거래되는 경향이 있어서다.

미국 빅테크는 AI, 클라우드 등 미래 사업을 선점했을 뿐만 아니라 실적도 지난 1분기를 기점으로 회복세로 돌아섰다. 대규모 구조조정 덕분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들어 각각 1만2000명, 1만명을 해고했다. 메타플랫폼스는 작년 11월부터 2만명이 넘는 직원을 내보냈다.

윤예지 하나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와 카카오는 미국처럼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능하다”라며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비용 감축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차세대 검색 서비스 ‘서치 GPT(가칭)’의 경쟁력이 주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네이버는 다음 달 서치GPT를 공개할 예정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서치GPT가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을 지킬 만큼 경쟁력이 있으면 주가가 급반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내 광고 추가 탑재와 쇼핑 서비스 확장 등이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카카오는 전 국민이 이용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광고 추가 탑재, 쇼핑 서비스 개편 등을 통해 기업가치 증대를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