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풍력터빈 기업인 베스타스가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오는 9월 싱가포르에서 서울로 이전하고 핵심 설비·부품 생산공장을 내년 초 국내에 착공한다. 헨리크 안데르센 베스타스 회장은 26일 서울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면담하고 이 같은 투자 실행 계획을 논의했다. 구체적인 생산공장 입지는 베스타스 요청에 따라 밝히지 않기로 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베스타스는 전 세계에 160GW 이상의 풍력터빈을 공급하는 덴마크 기업으로,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의 스위스 방문 당시 3억달러 규모의 생산설비 투자를 한국 정부에 신고한 바 있다. 3월에는 서울시와 아태지역본부 이전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베스타스의 한국 투자는 국내 풍력산업 생태계 구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스타스의 투자 결정 이후 지난 21일 유럽 해상풍력 발전기업인 CIP가 한국 투자를 신고했다. 베스타스는 타워, 케이블 등 터빈 소재·부품 관련 국내 기업과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글로벌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한국도 국내에 풍력발전 시설을 확충하고 해외에서 풍력발전단지 수주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풍력발전의 핵심인 터빈 개발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아 베스타스 등 해외 선도 업체와의 긴밀한 협력 체계가 필요하던 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베스타스의 투자 발표는 한국이 아태지역 핵심 투자 거점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성과”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