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정치를 좌우하는 의원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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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유포자 역할 하는 정치인들
'국민 편가르기'에 품격은 실종
내각제 개헌론 다시 등장하지만
품격 낮은 의원들이 행정 좌우 땐
나라가 어디로 갈지 상상 불가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국민 편가르기'에 품격은 실종
내각제 개헌론 다시 등장하지만
품격 낮은 의원들이 행정 좌우 땐
나라가 어디로 갈지 상상 불가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정치인의 말은 대국민 메시지다. 이 때문에 정치는 메시지 게임이다. 지난 20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연설하고 있는 도중 ‘땅땅땅’ ‘땅 대표’ ‘울산 땅 파세요’라고 크게 외쳤다. 김 대표가 부패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메시지 전달에 실패했다. 대신 본인에 대한 부정적 인상만 남겼다. 실패한 첫째 이유는 국회 본회의에 어울리지 않는 ‘품위 없는 언어 사용’ 때문이다. 또 상대가 발언하는데 소리치는 등 상대에 대한 존중이 결여됐다. 거기에 국사를 논하는 자리에서 재산 문제를 끄집어냈다는 점에서 공격 포인트가 부적절했다. 전날 있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연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보인 소란에 대한 반발이었다고 하더라도 최고위원의 격에 맞지 않았다. 당 지도부가 보며 웃는 모습에서 민주당은 품격 없는 정당으로 전락했다.
품격 없는 말, 품격 잃은 정치의 사례는 또 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여야 진실 공방이 그렇다. 챗GPT로 과제를 수행하고 인공지능(AI) 튜터가 수업을 진행하는 시대에 야당은 과학적 검증을 뒤로하고 자기 확신에 근거한 혹세무민(惑世誣民) 괴담에 몰두하고 있다. 괴담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어민 생존을 위협하며,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되는 행동을 당당하게 하고 있는 정치인의 모습에서 의원의 품격은 사라졌다.
선동의 정점에 있는 야당은 과거에도 괴담 유포자의 역할을 했다. 광우병 괴담은 ‘근거 없음’으로 끝났고, 참외는 물론 사람까지 튀긴다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기지의 전자파 영향평가는 기준 이하로 결론 났다. 환경부의 영향평가 결과에 따르면 측정 최대값은 인체 보호 기준의 530분의 1 수준이었다. 괴담 세력이 던지는 메시지에는 과학을 멀리하고 미신을 가까이 한 구한말 조선 왕실의 그림자가 오버랩되고 있다. 광우병 괴담, 사드 전자파, 노재팬 불매운동, 후쿠시마 원전수를 관통하는 프레임은 반일·반미에 기댄 ‘국민 편가르기’다.
이런 때 내각제로의 개헌 주장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학자들 일부가 내각제로 바꿔 합의의 정치, 연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취지를 이해하면서도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론으로는 좀 더 넓은 사회적 스펙트럼을 통치로 끌어들일 수 있는 내각제가 대통령제보다 우월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이론은 이론일 뿐 많은 변수 때문에 결과는 다를 수 있다.
좋은 예로 들고 있는 유럽식 연합정권의 효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권력구조와 함께 선거제도도 변해야 한다. 내각제 도입과 비례대표 증원이 함께 진행될 때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을 전체 의원의 반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이 있어야 하는데 국민 동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각제 도입의 또 다른 현실적 문제는 내가 총리를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내가 찍은 의원과 정당이 다수당이 돼야만 정당의 대표가 총리가 될 수 있는 제도이기에 투표 인지성이 떨어진다. 또 다당이 함께하는 연합정권은 정책 실패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정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DJP 연합정권에서 김대중 세력과 김종필 세력도 서로 책임 넘기기에 바빴다.
총선에서 승리해 다수당이 되면 당 대표가 총리가 되고, 다선 의원들이 내각의 장관이 돼 행정 조직을 관할하는 의원 직할 통치가 된다는 것이 내각제의 핵심이다. 결국 이재명 대표나 김기현 대표가 총선에 따라 총리가 되고 대표 주변의 상임위원장들이 장관이 되며 높은 선수의 위원들이 차기 장관으로 내정되는 형식의 정치다. 우리나라 수준의 품격 의원들이 장관이 돼 행정을 좌우할 때 나라가 어디로 갈지 상상 불가다.
이 때문에 국민은 낮은 품격 정치인이 아니라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한칼로 베어 해결할 ‘국민 영웅’이 ‘별의 순간’을 휘어잡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내각제에서는 국민적 열망을 담지한 카리스마적 인물은 나타나기 어렵다. 2017년 프랑스 국민의 열망을 담은 39세의 에마뉘엘 마크롱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일이 독일식 내각제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현재의 의원 품격은 의원들 스스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의회 민주정치를 담보하고 내각제 정치로 가고 싶다면 의원 스스로 품격과 자질을 향상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의회 민주정치든 내각제든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메시지 전달에 실패했다. 대신 본인에 대한 부정적 인상만 남겼다. 실패한 첫째 이유는 국회 본회의에 어울리지 않는 ‘품위 없는 언어 사용’ 때문이다. 또 상대가 발언하는데 소리치는 등 상대에 대한 존중이 결여됐다. 거기에 국사를 논하는 자리에서 재산 문제를 끄집어냈다는 점에서 공격 포인트가 부적절했다. 전날 있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연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보인 소란에 대한 반발이었다고 하더라도 최고위원의 격에 맞지 않았다. 당 지도부가 보며 웃는 모습에서 민주당은 품격 없는 정당으로 전락했다.
품격 없는 말, 품격 잃은 정치의 사례는 또 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여야 진실 공방이 그렇다. 챗GPT로 과제를 수행하고 인공지능(AI) 튜터가 수업을 진행하는 시대에 야당은 과학적 검증을 뒤로하고 자기 확신에 근거한 혹세무민(惑世誣民) 괴담에 몰두하고 있다. 괴담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어민 생존을 위협하며,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되는 행동을 당당하게 하고 있는 정치인의 모습에서 의원의 품격은 사라졌다.
선동의 정점에 있는 야당은 과거에도 괴담 유포자의 역할을 했다. 광우병 괴담은 ‘근거 없음’으로 끝났고, 참외는 물론 사람까지 튀긴다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기지의 전자파 영향평가는 기준 이하로 결론 났다. 환경부의 영향평가 결과에 따르면 측정 최대값은 인체 보호 기준의 530분의 1 수준이었다. 괴담 세력이 던지는 메시지에는 과학을 멀리하고 미신을 가까이 한 구한말 조선 왕실의 그림자가 오버랩되고 있다. 광우병 괴담, 사드 전자파, 노재팬 불매운동, 후쿠시마 원전수를 관통하는 프레임은 반일·반미에 기댄 ‘국민 편가르기’다.
이런 때 내각제로의 개헌 주장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학자들 일부가 내각제로 바꿔 합의의 정치, 연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취지를 이해하면서도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론으로는 좀 더 넓은 사회적 스펙트럼을 통치로 끌어들일 수 있는 내각제가 대통령제보다 우월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이론은 이론일 뿐 많은 변수 때문에 결과는 다를 수 있다.
좋은 예로 들고 있는 유럽식 연합정권의 효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권력구조와 함께 선거제도도 변해야 한다. 내각제 도입과 비례대표 증원이 함께 진행될 때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을 전체 의원의 반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이 있어야 하는데 국민 동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각제 도입의 또 다른 현실적 문제는 내가 총리를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내가 찍은 의원과 정당이 다수당이 돼야만 정당의 대표가 총리가 될 수 있는 제도이기에 투표 인지성이 떨어진다. 또 다당이 함께하는 연합정권은 정책 실패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정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DJP 연합정권에서 김대중 세력과 김종필 세력도 서로 책임 넘기기에 바빴다.
총선에서 승리해 다수당이 되면 당 대표가 총리가 되고, 다선 의원들이 내각의 장관이 돼 행정 조직을 관할하는 의원 직할 통치가 된다는 것이 내각제의 핵심이다. 결국 이재명 대표나 김기현 대표가 총선에 따라 총리가 되고 대표 주변의 상임위원장들이 장관이 되며 높은 선수의 위원들이 차기 장관으로 내정되는 형식의 정치다. 우리나라 수준의 품격 의원들이 장관이 돼 행정을 좌우할 때 나라가 어디로 갈지 상상 불가다.
이 때문에 국민은 낮은 품격 정치인이 아니라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한칼로 베어 해결할 ‘국민 영웅’이 ‘별의 순간’을 휘어잡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내각제에서는 국민적 열망을 담지한 카리스마적 인물은 나타나기 어렵다. 2017년 프랑스 국민의 열망을 담은 39세의 에마뉘엘 마크롱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일이 독일식 내각제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현재의 의원 품격은 의원들 스스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의회 민주정치를 담보하고 내각제 정치로 가고 싶다면 의원 스스로 품격과 자질을 향상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의회 민주정치든 내각제든 가능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