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앞으로 수능에서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현장의 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킬러문항에 대한 교육당국과 일선 현장의 인식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날 공개된 사례들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교육부는 26일 국어, 영어, 수학, 과학탐구 등에서 총 26개의 킬러문항을 공개했다. 킬러문항 기준은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6월 모의평가에서 국어 14번과 33번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하지만 이 문제들의 정답률(EBSi 기준)은 각각 36.4%, 36.8%. 정답률이 30% 넘는 문제를 킬러문항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그동안 킬러문항은 정답률 5~10% 미만의 초고난도 문제로 규정해왔기 때문이다. 세종의 한 고교 수학교사는 “보수적으로 킬러문항 정답률은 5%, 공격적으로 보면 10%까지”라고 설명했다.

담당 국장 경질까지 불러온 6월 모평이 정말 어려웠는지에 관한 논란도 이어졌다. 가장 낮은 문제의 정답률도 30%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대치동에서 만난 한 학생은 “6월 모평은 어려운 수준이 아니었다”며 “수능이 얼마나 쉽게 나오는 것이냐고 다들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정답률은 킬러문항의 기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답률이 킬러문항을 선정하는 기준은 아니고 참고만 했다”며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을 출제했는지 여부가 킬러문항 선정 기준이었다”고 설명했다.

문항 간 정답률 격차가 커 수능 난이도 예측이 한층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가 제시한 킬러문항 가운데 가장 정답률이 낮은 문제는 2023학년도 수능 수학 22번(2.9%)이었다. 가장 높은 정답률을 기록한 2024학년도 6월 모평 국어 33번(36.8%)과 비교하면 33.9%포인트 차이가 난다. 국어 영역 킬러문항 중 가장 낮은 정답률을 기록한 문항은 2023학년도 수능 17번으로 정답률이 15.1%였다. 6월 모평 33번과 비교하면 21.7%포인트 낮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