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처음 일본에 진출했을 때 전단지를 돌리면서 K-뷰티를 알렸는데, 지금은 2만8000개 소매점에 입점했습니다. K-뷰티 브랜드 취급을 원하지 않는 오프라인 (유통망을) 뚫기 위해서 한 걸음 한 걸음씩 전진해 왔습니다." (최철호 브이티지엠피 부사장)

한국 중소 화장품 브랜드들이 일본에서 눈부시게 약진하고 있다. 코트라 도쿄무역관과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화장품 수입 금액은 약 3조1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한국 화장품 수입 비중이 23.4%(7254억원)를 차지한다.

과거에는 설화수(아모레퍼시픽) 후(LG생활건강) 등 대기업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면, 최근에는 인플루언서들을 중심으로 젊은 층에서 '올리브영' 등에서 팔리는 제품을 찾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최대 온라인 패션플랫폼 조조타운은 상반기 베스트 어워드에 '브이티코스메틱' '리들샷'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브이티지엠피를 선정했다. 어성초를 활용한 스킨케어 제품 '아비브'를 내세운 포컴퍼니는 로프트, 도큐핸즈, 마츠모토 키요시, 돈키호테 등에 진출해 올해 상반기 일본 매출액이 작년보다 80% 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아이섀도우 등 색조제품을 많이 생산하는 데이지크는 최근 일본 화장품 리뷰 플랫폼 립스(LIPS)에 아이섀도우 제품으로 '명예의전당'에 올라갔다.
한국 화장품 업체들이 일본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26일 도쿄에서 열린 한국 뷰티기업 간담회장 주변에 전시된 각 브랜드별 상품. /서울시 제공
한국 화장품 업체들이 일본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26일 도쿄에서 열린 한국 뷰티기업 간담회장 주변에 전시된 각 브랜드별 상품. /서울시 제공
지난 26일 서울시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이 일본 도쿄에서 주최한 'K-뷰티 일본 진출기업 간담회'에서는 7개 중소 화장품 브랜드 관계자들이 참석해 어떻게 일본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지에 관해 생생하게 소개했다.

비교적 빠르게 일본에 진출했던 브이티지엠피의 최철호 부사장은 전단지를 돌리면서 판매처를 하나씩 확보한 고생담을 털어놓으며 "(현재 K-뷰티의 위상이) 감개무량하다"고 해서 다른 대표들의 공감을 얻었다.

'비건' 등 최신 트렌드에 맞춘 제품을 강조하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일본향 플랫폼 '누구'를 운영하고 있는 메디쿼터스는 '아닐로'라는 헤어 및 바디케어 비건 브랜드를 최근 내놨다. 지난해 말 시작한 제로슬래시도 국제 비건인증을 받은 비건 제품으로 일본 시장을 공략 중이다. 트러플 미스트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달바'의 비모뉴먼트도 비건 제품임을 내세워 '착한 소비'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MZ세대 중 특정 연령대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는 사례도 소개됐다. 아이패밀리SC의 색조 브랜드 '롬앤'은 18~24세 '코스메틱 덕후(코스메 오타쿠)'를 겨냥하는 방법으로 일본 등 아시아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박현준 아이패밀리SC 상무는 "브랜드 팬덤을 구축하는 것을 정체성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화장품 업체들이 일본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26일 도쿄에서 열린 한국 뷰티기업 간담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왼쪽 두 번째)이 기업들을 격려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한국 화장품 업체들이 일본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26일 도쿄에서 열린 한국 뷰티기업 간담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왼쪽 두 번째)이 기업들을 격려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버추얼 휴먼을 활용하는 등 독특한 접근법을 취하는 회사도 있었다. 이승민 어뮤즈 대표는 "두 달 전에 생성형 인공지능(AI)와 풀 3차원(3D) 모델링 기술로 '아마라'라는 버추얼 휴먼을 구현했다"며 "새로운 콘텐츠를 많이 생산해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소비자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 막 길을 뚫은 것일 뿐,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현지 온라인 유통망이나 오프라인 드러그스토어에서 유통하는 것 외에 한국에서 직구로 물건을 배송하는 과정에 대한 애로사항을 토로하기도 했다.

안정적으로 물류 유통을 할 수 있는 업체와 연결되는 과정이 쉽지 않고, 비용도 적지 않게 든다는 것이다. 섀도우 치크 컨실러 등 100가지 이상의 제품을 이세탄 백화점 등에 판매하고 있다고 밝힌 연정미 데이지크 대표는 "물류업체를 안내 받고 비용 절감을 위한 지원도 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일본 내 인플루언서와 연결되는 행사가 많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컸다. 반성연 달바 대표는 "한국에서는 미스트 세럼과 선크림 등으로 1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는 데 비해 일본 매출액은 올해가 100억원 정도로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라며 "뷰티 부분은 누가 소개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일본 인플루언서를 초청하는 등 브랜드 제품을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는 행사가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서울시와 SBA는 이날 이베이재팬 내에 '서울기획관' 페이지를 만들어 트렌디한 서울의 대표 제품을 소비자들이 한 눈에 볼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이베이재팬 관계자와 체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러분이 일군 성과가 자랑스럽다"며 "여러분은 기업을 일구고, 서울은 '라이프 스타일이 힙한 도시'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계속 쌓아서 여러분의 사업 바탕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