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 실패 이틀만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축출하려던 것은 아니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공개했다.

프리고진은 26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을 통해 11분짜리 음성 메시지를 공개했다. 그는 "바그너 의 행진(반란)은 러시아의 지도력을 전복시키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며 "우리는 바그너 그룹을 파괴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비전문적인 군사 행동과 결정을 통해 실책을 저지른 관리들의 책임을 묻기 위해 행진했다"고 했다.

바그너 용병들은 지난 23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지척까지 약 800㎞에 달하는 거리를 파죽지세로 진군했지만, 약 36시간 만인 24일 오후 11시 돌연 철군을 선언하면서 그들의 행진은 '1일 쿠데타'로 끝나 버렸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의 협상 결과 반란을 중단하기로 하면서다. 무장 반란을 멈춘 뒤 바그너 수장 프리고진의 행적이 묘연한 상태였다가 약 이틀 만에 그의 발언이 전해진 것이다.


이날 메시지에서 프리고진은 "아무도 국방부와 계약에 동의하지 않았고, 바그너 그룹은 7월 1일 이후로 존재하지 않을 예정이었다"고 반란 배경을 밝혔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가 바그너 그룹 등 용병기업에 대해 오는 7월 1일까지 정식으로 국방부와 계약하고 활동하도록 지시했다. 다만 프리고진은 이에 반발하며 계약을 거부했다. 프리고진은 또 "우리의 행진으로 (이를 막지 못한) 러시아의 심각한 안보 문제가 드러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우리는 공격 의사를 보이지는 않았으나 러시아군으로부터 미사일과 헬리콥터 공격을 받았고, 그것이 행진의 신호탄이 됐다"며 "러시아 항공기를 공격해야만 했던 것은 유감"이라고 전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 무장 반란 사태와 관련해 첫 대국민 연설에 나섰다. 그는 "무장 반란은 어떤 경우든 진압했을 것"이라며 "반란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유혈 사태를 피하기 위해 물러난 바그너 그룹에 감사하다"며 "바그너 멤버가 원한다면 국방부와 계약하거나 벨라루스로 가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그룹의 지휘관과 병사 대부분은 애국자인 것을 알고 있다"며 "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우들에 맞서도록 반란에 이용당했다"고 했다. 다만 수장 프리고진을 겨냥해서는 "반란 주동자는 조국과 자신의 추종자들을 배신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바그너 그룹이 모스크바 코앞까지 진격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서는 "사태 초기부터 유혈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할 것을 명령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