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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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외금융자산(해외 투자)이 지난해 중국에서 대규모로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빠져나간 자금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향했다. 중국의 봉쇄와 미중갈등에 따른 정치적 불안 등이 한국의 투자지도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22년 지역별·통화별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준비자산을 제외한 한국의 대외금융자산 잔액은 1조7456억달러로 2021년말에 비해 162억달러 감소했다. 대외금융자산은 한국에서 외국으로 투자한 금액을 뜻한다. 지분을 얻는 직접투자와 주식 등 증권투자, 파생금융상품, 현금 등 기타투자 자산을 합한 것이다.

중국 투자 잔액은 1518억달러로 146억달러 감소했다. 중국 투자가 감소한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글로벌 주가하락,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의 가치하락 영향 등으로 증권투자가 크게 감소한 영향으로 한은은 설명했다. 세부 내역을 보면 증권 투자가 59억달러, 기타투자가 84억달러 줄었다.

여기에 미중 갈등 등의 영향으로 기업 투자 등도 정체된 것으로 파악된다. 작년 말 대 중국 직접투자와 파생금융상품 투자는 각각 2억달러, 1억달러 감소했다. 유럽연합(-126억달러)과 미국(-19억달러) 등에 대한 투자도 감소했다.

반면 동남아 지역에 대한 투자는 작년 말 2448억달러로 2021년말 대비 199억달러 증가했다. 동남아 지역 투자는 기업의 직접투자를 중심으로 증가했다. 직접투자는 2021년 1324억달러에서 작년 1442억달러로 증가했다.

이는 전체 직접투자액 중 22.3%에 해당하는 것이다. 동남아 지역 직접투자는 2018년까지는 중국보다 적었지만 이후 격차를 벌리고 있다. 기업들이 동남아 지역에 지사를 설립하고, 공장을 건설하는 등 투자를 늘린 영향으로 파악된다. 탈중국한 자금이 동남아로 모여드는 모습이다.

외국에서 한국에 투자한 금액을 뜻하는 대외금융부채는 1조3974억달러로 전년말 대비 1423억달러 감소했다. 국내 주가가 하락하고 미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가 떨어지면서 모든 지역의 투자 잔액이 감소했다.

대외금융자산과 부채를 통화별로 살펴보면 미 달러화 표시 금융자산이 1조213억달러로 가장 많았다. 유로화 1654억달러(9.5%), 위안화 1106억달러(6.3%) 등이 뒤를 이었다. 전년 말에 비해 미 달러화 투자잔액이 57억달러 증가했지만, 위안화(-131억달러), 유로화(-95억달러), 엔화(-78억달러) 등은 감소했다. 대외금융부채는 원화 표시 부채가 8713억달러로 가장 많았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