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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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의대 정원을 5% 늘려야 2050년까지 필요한 의사수를 충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반면 의료계는 인구 추이 등을 고려하면 국내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7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열린 '의사 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에서 "2050년 2만2000명 넘는 의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2030년까지 의대 정원을 5% 늘리는 시나리오가 필요 의사 인력 충족에 가장 가까운 수치를 나타낸다"며 "2050년 이후부터 의사 인력의 과도한 공급을 막기 위해 의대 정원의 추가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내 의대 정원은 3058명이다. 내년부터 매년 5%씩 늘리면 2030년 국내 의대 정원은 4303명이 된다. 이렇게 정원을 확대한 뒤 인구구조를 고려해 다시 정원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포럼에서 신영석 고려대 교수는 2035년 국내 의사가 2만7232명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발표했다. 앞서 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뒤 여러 토론회에서 인용됐던 수치다.

이들과 달리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의대정원 확대로는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의료 문제 해결의 만능키가 의대정원인 것처럼 말하지만 이런 논의는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국내 활동의사 증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아 현 정원을 유지해도 인구 1000명 당 의사수가 2047년 5.87명으로, OCED 평균 5.82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의대 정원이 확대돼 의사 배출이 늘면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급증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의대 정원을 350명 늘리면 2040년 건강보험 지출(요양급여비) 총액은 7조원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이런 우 원장 측의 주장을 적극 반박했다. 그는 "의사가 늘면 의사들 월급이 줄기 때문에 의료비는 줄어들 것"이라며 "2047년 국내 활동의사수가 OECD 평균을 넘어설 것이란 의사협회 측 주장도 통계적 오류"라고 했다.

의사협회가 추산한 것은 최근 10년 간 활동 의사 증가율 2.84%를 산술적으로 계산해 만든 추계이기 때문에 의협 측 주장대로면 2050년 국내에서 의사가 8000명 넘게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현 의대 정원인 3058명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로, 불가능에 가깝다.

이날 포럼은 정부와 의사협회 간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정확한 의사 인력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인력 수급 추계를 위한 전문가 포럼을 열자'고 합의한 뒤 처음 열린 공론화 자리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역·필수의료 위기가 가시화되고 안타까운 사고가 계속돼 정부가 대책, 계획을 발표했다"며 "이 대책이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의료 자원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의료 수요가 급증했지만 의대 정원이 동결돼 의사 수가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필수의료 기피가 심화되고 지역의료 격차가 커지는 상황에 대한 문제 의식과 함께 강력한 의지를 갖고 의사인력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며 "의사 등 공급자뿐 아니라 수요자와 전문가 의견도 수렴하겠다"고 했다.

의사협회와 협의하고 있는 의대정원 확대 논의의 장에 노동자·소비자·환자단체 등 의료 수요자도 참여시키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다음달 중에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산하에 분과위원회나 전문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방침이 알려지자 의사협회는 반발했다. 의사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9·4 의정합의와 그동안 '의료현안협의체' 논의 과정을 한순간에 수포로 만들어버린 복지부에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고 했다. 이들은 앞으로 진행되고 이뤄질 정부와의 모든 논의를 즉각 중단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