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러브 퍼레이드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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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보테가베네타 등을 보유한 케링(Kering) 그룹이 뷰티 사업으로의 확장에 속도를 낸다. 260년 넘는 역사의 프랑스 럭셔리 향수 ‘크리드’를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올해 초 그룹 내 뷰티 부문을 전담하는 법인 ‘케링 보떼’를 출범한 만큼 크리드에 이어 다른 뷰티 브랜드도 차례로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케링 그룹 매출을 견인하는 간판 브래늗 구찌의 성장세가 둔화한 만큼 패션·잡화에 치우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케링 보떼는 26일(현지시간) 블랙록 LTPC유럽과 하비에르 페란 크리드 회장이 보유한 크리드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인수 금액은 10억~20억 유로(약 1조4220억~2조8441억원)로 추정된다. 인수는 올 하반기께 마무리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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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드 브랜드를 갖고 있는 ‘하우스 오브 크리드’는 글로벌 럭셔리 향수 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독립 기업이다. 1760년 헨리 크리드가 설립한 이후 7대째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맞춤형 양복점에서 시작한 하우스 오브 크리드는 1781년부터 향수를 만들어왔다. 영국 국왕 찰스 3세와 조지 3세가 크리드 향수를 사용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크리드는 니치향수 중에서도 고가로 분류된다. 대표 제품인 ‘어벤투스’(100mL)의 경우 50만원이 넘는다.

패션·잡화 브랜드에 집중해오던 케링 그룹이 크리드 인수를 결정한 건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케링 그룹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구찌의 매출이 단 1% 늘어난 탓이다.
알레산드로 미켈레 전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Daniele Venturelli/Getty Images
알레산드로 미켈레 전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Daniele Venturelli/Getty Images
구찌는 지난 2015년 맥시멀리스트 성향의 알레산드로 미켈레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파격 임명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최근 패션계의 흐름이 미니멀리스트적인 세련·절제미로 전환되면서 브랜드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졌고, 결국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이런 흐름은 주가에도 반영됐다. 2021년에는 780유로 이상도 기록했던 구찌의 주가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600유로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가 현재는 500유로를 겨우 넘기고 있다. 구찌의 새로운 CD로 임명된 사바토 드 사르노는 오는 9월 이탈리아 밀라노 가을·겨울 패션쇼에서 데뷔한다.

케링 그룹이 신규 포트폴리오로 뷰티 기업을 선택한 것은 럭셔리 뷰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기 때문이다. 특히 크리드 같은 럭셔리 향수 시장의 경우 두자리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그룹에 소속된 구찌, 보테가베네타, 생로랑 등에서 향수를 출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향수만 만드는 뷰티 기업을 인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 2월 뷰티 부문 법인인 케링 보떼를 신설한 것도 뷰티 분야로의 사업 확장을 염두에 둔 행보다. 케링 보떼는 로레알·샤넬·에스티로더 등을 거치며 뷰티 분야에서 25년 넘게 종사한 라파엘라 코르나기아 최고경영자(CEO)가 이끌고 있다.

케링 그룹은 크리드의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해 케링 보떼를 향수 프랜차이즈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크리드는 전세계 약 1400개의 유통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크리드의 중국과 면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여성 향수, 바디와 홈 제품 등으로 제품군도 확대할 계획이다.

프랑소와 앙리 피노 케링 회장은 “크리드 인수는 케링 보떼의 첫번째 전략적 행보이며 럭셔리 뷰티 분야 입지를 구축하고자 하는 헌신과 의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