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테슬라'의 굴욕…니오·샤오펑·웨이마 자금난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를 잡겠다고 나선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위기를 맞았다. 중국 내수가 부진하고 정부의 전기차 지원금마저 끊기면서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한때 ‘테슬라 킬러’였던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인 니오(NIO)는 최근 재무 위기를 맞았다. 니오의 현금 및 기타 단기 유동성은 1년 전의 3분의 1 수준인 50억달러로 줄어들었고 부채는 20억달러에 달했다. 윌리엄 리 니오 최고경영자(CEO)는 손익분기점도 계획보다 1년 늦은 2024년 말에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난 두 분기 판매 부진이 영업 현금에 부담을 줬기 때문에 유동성 위험을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니오의 신차 판매 마진은 전년 동기 18%에서 올 1분기 5%로 떨어졌다. 테슬라의 차량 가격 인하를 필두로 중국 내 전기차 업체들이 가격을 낮추며 경쟁했지만 니오는 끝까지 저항하면서다. 그 결과 니오의 월별 차량 인도량은 작년 약 1만 대에서 지난 4월과 5월 6000대 수준으로 감소했다. 1분기 순손실은 47억위안(약 848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분석가들은 노후화된 재고를 대체하기 위한 신모델 출시가 늦어지면서 니오의 문제가 복잡해졌다고 진단했다.

다른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샤오펑(XPeng)은 1월 자율주행 기능을 개선한 신모델을 출시하고 일부 차종에 10% 이상 할인을 적용했지만 지난해 9월부터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올해 납품한 차량 수는 전년 동기 대비 40% 가까이 줄었다. CMB인터내셔널은 샤오펑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며 “경쟁 업체들이 기술을 따라잡는 동안 순 현금이 부족해지면서 회생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짚었다.

웨이마자동차(WM Motor)는 현금 부족으로 생산을 대부분 중단하고 직원을 해고했다. 레틴 오토는 신규 자금 조달에 실패한 뒤 지난달 파산했다.

이처럼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이 고전하는 것은 내수 부진과 보조금 중단의 여파로 해석된다.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월에 전년 대비 2.1% 상승했지만, 2월부터 전년 대비 상승률이 1%대 이하로 뚝 떨어졌다. 4월에는 0.1%로 시장 예상치(차이신 기준) 0.3%도 밑돌았다.

또 중국 정부는 2009년부터 시행하던 전기차 보조금 지원 정책을 올해부터 중단했다. 지난 12년간 지급된 보조금 규모는 1600억위안(약 29조원)에 달한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