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개월 사이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은 개인사업자 10명 중 8명은 연 5% 이상의 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로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감소한 데다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담보 가치가 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고금리 기조 속에 대출 잔액도 늘고 있어 자영업자 대출이 금융권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자 비용 늘고 매출은 줄어

2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이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취급한 개인사업자 대상 물적담보대출 가운데 금리가 연 5% 미만인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은행별로 16.5~25.7%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연 4%대 이하로 물적담보대출을 받은 개인사업자 비중이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개인사업자의 보증서담보대출(31.0~48.4%)과 일반 신용대출(8.1~39.7%) 역시 올해 3~5월 기준 연 5% 미만 금리 비중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자영업자 대출 80%, 年 5% 넘는 이자 낸다
금리가 연 4%대 이하인 대출 비중은 줄고, 5%대 이상 비중이 늘면서 개인사업자의 평균 대출금리는 상승세를 보였다. 5대 은행이 3~5월 취급한 개인사업자 물적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5.27~5.46%로, 전년 동기(연 3.63~3.67%)와 비교해 은행마다 1.7%포인트씩 뛰었다. 보증서담보대출 평균 취급금리는 같은 기간 연 2.51~3.26%에서 연 5.27~5.46%로 올랐다. 일반 신용대출의 평균 금리는 1년 사이 2%포인트씩 상승해 올 3~5월(연 5.24~5.995%) 연 6%에 육박한 은행도 있었다.

개인사업자의 대출금리가 올라간 원인으로는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가 꼽힌다. 고금리로 이자 비용이 불어난 가운데 매출까지 줄어들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신용도가 낮아져 대출금리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주택 상가 등 담보물 가치가 떨어진 것도 대출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은행채 금리도 상승세로 돌아서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대출 금리를 정하는 기준인 은행채(무보증·AAA) 1년물 금리는 2월 3일 연 3.525~3.59%까지 떨어졌지만 이달 26일엔 연 3.86~3.869%까지 올랐다.

대출·연체액 급증에 부실 경고등

고금리에도 개인사업자 대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잔액은 315조753억원으로 2월(313조5942억원) 이후 4개월 연속 증가했다. 작년 5월과 비교하면 5조5775억원 불어난 규모다.

자영업자의 연체액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회사 대출 연체액은 6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53.7% 늘었다. 연체율도 상승세다. 1분기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회사 연체율은 1.0%로 작년 4분기와 비교해 0.35%포인트 올랐다.

금융권에선 오는 9월 이후 개인사업자 대상 대출의 부실 위험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9월 종료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저금리 분할상환 대출 등을 통해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만기 연장, 상환 유예 조치 차주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며 “은행권과 협조해 정책금융상품과 보증서담보대출 등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