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수사’ 주역인 박영수 전 특검이 구속 기로에 섰다. 검찰은 그제 대장동 민간 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 박 전 특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특검의 혐의를 보면 신망받던 법조인 출신이 어떻게 이렇게 썩은 내가 풀풀 나는 비리의 핵심으로 추락했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의혹도 한둘이 아니다.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던 2014년 그는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우리은행이 참여하거나 대출용 여신의향서를 발급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200억원 상당과 주택 2채를 받기로 했다. 다만 우리은행이 지분 투자 계획을 접으면서 받을 돈은 50억원으로 줄었다. 대신 우리은행은 성남의뜰에 1500억원 상당의 의향서를 발급해줬다. 누군가의 입김이 없었다면 어려운 일이다. 박 전 특검은 이때 대한변협 회장 선거 출마 자금 명목으로 현금 3억원을 받아 챙겼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에게서는 대출의향서 발급 대가로 5억원을 받았다. 버젓이 작정하고 일을 벌인 것이다. 이미 그는 가짜 수산업자에게서 포르쉐 렌터카를 무상으로 받는 등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둔 터다.

박 전 특검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대검 중수부장 등 검찰 고위직을 지내며 굵직한 사건을 파헤쳤으며, 2016년 11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검으로 임명돼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끌었다. 검찰의 상징적 인물인 만큼 누구보다 자기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사람이 일확천금을 노린 부동산 개발 업자와 결탁해 이런 갖가지 의혹에 휩싸인 것 자체가 충격적이고, 공분을 일으킨다. 게다가 그는 대장동 측 고문을 맡아 연간 2억원의 고문료도 챙겼다. 그의 딸은 화천대유에 근무하면서 대여금과 퇴직금 명목으로 16억원을 받았다. 공직을 온통 사적 욕심을 채우는 데 활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고위 법조인 출신으로서 특권만 누리고 책임은 내팽개쳤다. 엄정한 사법적 판단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