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무력화 시도로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가 다음달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난다. 중동 지역의 미국 최대 우방인 이스라엘이 중국을 활용해 미국을 외교적으로 압박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27일 성명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가 초청을 받아 중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다음달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하고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재집권에 성공한 이후 반년이 지나도록 미국 백악관의 초청을 받지 못한 네타냐후 총리가 먼저 중국을 방문하기로 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번 방문은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이외에) 다른 외교적 기회를 갖고 있다는 것을 미국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국으로, 외교 문제에서도 대부분 같은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사법 정비’를 명목으로 사법부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입법에 나서면서 양국 관계가 삐걱대기 시작했다.

궁지에 몰린 네타냐후 총리가 중국을 끌어들여서 중동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3월 오랜 앙숙 관계인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국교 정상화를 주선하는 등 중동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방중에서 사우디와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중국의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은 사우디와 화해하고 중동 지역에서 반(反)이란 동맹을 결성하는 게 목표다.

중국이 이스라엘과 사우디 국교 정상화 문제에 개입할 경우 중동 지역 패권을 둘러싼 미·중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