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사는 지아니 마르니테즈(31)는 집을 사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마이애미에서 소형 아파트를 구입하고 싶어도 살 수 있는 매물이 없었다. 가끔씩 나오는 아파트엔 웃돈이 붙어 정해놓은 예산으로 집을 사는 건 언감생심이 됐다. 그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에 육박하는데 집값이 계속 오르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현금 여력이 충분해 대출받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매물을 다 가져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美 MZ세대 '영끌'에…고금리에도 집값 반등

재택근무로 늘어난 주택 수요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주택시장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라는 기사를 통해 달라진 미국 부동산의 수급 상황을 분석했다. 미국 주택 가격은 작년 하반기부터 급락했다. 미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린 영향이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연 7%에 육박했지만 집값은 떨어지지 않고 되레 올랐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달 기존주택 중위가격은 39만6100달러로 전달(38만5900달러)보다 2.6% 올랐다. 중위가격은 지난해 7월부터 올 2월까지 줄곧 하락하다 3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 기준으로도 미국 집값은 지난해 말까지 전월 대비 하락하다 올 들어 석 달 연속 잠정치를 웃돌며 상승 추세를 지속했다. 특히 마이애미와 탬파, 샬럿 등 남부 도시 집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NYT는 고금리 속에도 집값이 오르는 이유를 젊은 층의 강한 수요에서 찾았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인 밀레니얼 세대가 적극적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 부모 집에 살거나 룸메이트와 함께 거주한 밀레니얼 세대 중 처음으로 자신의 주택을 소유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는 설명이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확산한 재택근무도 주택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 됐다. 애덤 오지멕 경제혁신그룹(EIG) 이코노미스트는 “재택근무가 일반화되면서 자신만의 공간인 집의 가치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갈아타기 힘들어 매물은 감소

젊은 층을 중심으로 주택 수요는 늘었지만 공급은 줄고 있다.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게 NYT의 진단이다. 1주택 소유자가 기존 주택을 팔고 새 주택으로 갈아타려면 주택담보대출을 새로 받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대출 금리가 급등해 주택 구입 비용이 확 늘어난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모기지 금리는 연 3%대였지만 1년 만에 6% 후반대로 올랐다. 두 배로 늘어난 이자 부담 때문에 유주택자들이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면서 시장에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다만 NYT는 이런 상황이 미국 인플레이션 지표에 끼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노동부가 산정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에는 주택 가격이 아니라 가계가 부담하는 렌트비 중심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렌트비 상승률은 올 3월 8.2%로 고점을 찍은 뒤 두 달 연속 둔화했다.

하지만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 결국 렌트비도 올라 인플레 지표를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는 지난달 연설에서 “모기지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주택가격이 다시 올랐다는 것은 낮은 임차료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