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채무와 재정 적자를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는 재정준칙 법안이 결국 상반기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에는 정부와 여당이 받아들일 수 없는 추가경정예산안을 재정준칙 법안 처리 조건으로 내걸면서다. 재정준칙은 일러야 9월 정기국회부터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7일 경제재정소위를 열고 재정준칙 관련 법안을 논의했지만 처리에 실패했다. 여당 기재위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수차례 논의했기 때문에 재정준칙 법안의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여야 간 이견이 없다”며 “다만 야당이 법안 이외에 다른 요구를 해와 처리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재정준칙 처리 조건으로 경기부양책을 내놓도록 여당과 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정부 재정만 건전성을 높일 것이 아니라 민간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이는 사실상 이재명 대표가 요구하고 있는 35조원 규모의 추경안 편성을 정부가 수용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의 추경안에는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자영업자에게 12조원을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당초 민주당은 재정준칙 처리 조건으로 정부 예산으로 시민단체 등을 지원하는 사회적 경제법 통과를 요구해 왔다. 기재위 관계자는 “재정준칙 내용과 관련된 야당 의원들의 추가 지적은 없었고 다른 부분에서 여당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며 “양보 대상이 사회적 경제법에서 추경으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전했다.

6월 임시국회는 30일 본회의를 마지막으로 종료된다. 27일 소위에서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서 재정준칙은 상반기에 처리되지 못하게 됐다. 7월과 8월에는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아 논의는 9월 이후에나 재개될 예정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