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신라면’, ‘새우깡’ 가격이 각각 50원, 100원 내린다. 삼양식품의 ‘삼양라면’ 등 12개 제품 가격도 인하된다. 라면업체가 가격을 내리는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농심은 7월 1일부로 신라면 출고가를 4.5%, 새우깡은 6.9% 내린다고 27일 발표했다. 이번 출고가 인하에 따라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판매하는 신라면 한 봉지 가격은 1000원에서 950원, 새우깡 한 봉지는 1500원에서 1400원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라면업체의 이번 조치는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이 본격화한 지 9일 만에 취해졌다. 라면값 인하 압박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기업들이 적정하게 (라면) 가격을 내려줬으면 한다”고 밝히면서 불을 붙였다. 21일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담합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기업을 강하게 압박했다.

삼양식품도 라면값 4.1% 내리기로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이 신라면 가격을 내리기로 결정한 직후 삼양식품도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삼양라면 다섯 개들이 가격은 3840원에서 3680원으로 4.1%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오뚜기도 조만간 라면 가격 인하를 검토할 계획이다.

라면업계의 결정을 계기로 식품업계에서는 다음 가격 인하 ‘타깃’이 누가 될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라면 다음은 과자, 빵, 혹은 유제품이 될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국내 제과제빵 1위 업체인 SPC는 이날 긴급 임원 회의를 열고 가격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SPC는 조만간 빵 가격 인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총리가 나서 담합 가능성까지 언급한 만큼 식품업계에선 ‘정부가 찍으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폭염 등 하반기 원재료 비용을 자극할 변수가 많아 식품업체로선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란 점이다. 올여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슈퍼 엘니뇨’도 그중 하나다. 소맥, 원당 등 주요 식품 원재료의 수급 차질이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내에선 원유(原乳) 가격 협상이 유제품 가격을 자극할 변수다. 낙농진흥회는 지난 9일부터 이사 1명, 생산자 3명, 우유업계 3명 등 7인으로 구성된 소위원회를 열어 원유 기본 가격을 두고 협상 중이다. 올해는 사료값 인상 등의 요인으로 L당 69∼104원 범위에서 가격 인상이 예고돼 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