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SK이노베이션의 1조원 대 유상증자의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최대 정유사로 지난해 유가 상승으로 역대급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죠.

현금 흐름이 크게 개선되는 것이 상식적인데, 지난주 금요일 기습적인 대규모 증자가 단행됐습니다.

취재 기자와 그 이유를 짚어보겠습니다. 산업1부 이지효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실적이 굉장이 좋았는데 갑자기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어요.

<기자>

지난해 국제 유가 급등으로 정유사들 실적이 굉장히 좋았던 것 기억하실 겁니다. 정치권에서는 횡재세 얘기까지 나왔는데요.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건데요.

이익을 많이 내면 부채는 갚고 유보금은 늘어 재무 구조가 좋아져야 하는데요. SK이노베이션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SK이노베이션의 부채 비율은 계속 높아졌는데요.

올해 1분기 부채 비율은 193.4% 수준으로, 2019년 4분기 117%보다 크게 높아졌습니다.

돈을 잘 버는데도 부채가 늘어났다면 어딘가에 돈을 쓰고 있다는 건데, SK이노베이션은 자체 사업으로 대규모 투자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을 살펴봐야 합니다.

SK온은 원래 SK이노베이션과 한 몸이었습니다. 지난 2021년 이차전지 사업 부문이 물적분할해 SK온이 출범했죠.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지분율은 90%에 달합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 SK온 유상증자에 2조원을 직접 투입한 바 있습니다.

<앵커>

SK온이 이렇게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SK온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와 비교해 배터리 업계에서는 후발 주자입니다.

배터리 수요가 늘면서 배터리 3사가 모두 경쟁적으로 증설을 하고 있죠.

지난해 기준 88GWh였던 생산 능력을 2025년까지 최소 220GWh로 확대할 계획인데,

저희 한국경제TV가 앞서 보도한 바 있 듯, 국내에서는 서산 공장을 증설하는 데다,

해외에서도 포드, 현대차그룹 등과 합작 공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앵커>

SK온은 이런 대규모 투자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는 겁니까?

<기자>

SK온은 우선 자체적으로 지금까지 총 8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다만 재무적 투자자(FI)들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2026년까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실패할 시에 미리 정한 가격에 지분을 팔 수 있는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고요.

연 7.5%의 수익률을 보장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여기에 빌린 돈에 대한 이자 비용도 있는 만큼, 상당한 부담을 짊어진 거죠.

또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분쟁에서 패소하면서, 올해부터 1조원의 로열티를 LG에너지솔루션에 줘야 합니다.

<앵커>

SK이노베이션의 자금 소요는 배터리 자회사 SK온 때문이었군요.

그렇다면 앞으로도 SK온에 대한 지원이 계속 이뤄져야 합니까?

<기자>

SK온은 아직까지 적자입니다. 1분기 매출 3조 3,053억원, 영업 손실 3,447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온은 2분기 영업 손실 추정치가 2,181억원입니다. 전분기 보다 적자 폭이 줄어든 거죠.

배터리 공장의 수율이 개선되면서 수익성이 점차 좋아지고 있는 겁니다.

그간 SK온의 수율은 업계에서 지적 대상이 됐었는데, 해외 공장의 수율이 최근 90% 가까이 정상화된 것으로 알려집니다.

2분기부터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 공제가 적용되죠. SK온은 올해 약 4,200억원의 혜택이 예상됩니다.

전 세계적인 배터리 수요에 공장 수율까지 개선되면서,

증권가에서는 SK온이 올해 하반기 중 흑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또 앞서 말한 대로 SK온이 8조원에 달하는 자금 조달에 성공했죠. 급한 불은 껐다는 의미입니다.

<앵커>

돈 먹는 하마였던 'SK온'이 이제 자생력을 가질 발판을 마련한 건데요.

왜 SK이노베이션은 이번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건가요?

<기자>

SK이노베이션, 이번에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용도를 밝혔는데, 크게 3가지입니다.

시설 자금 4,185억원,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 4,092억원, 채무 상환 3,500억원 등입니다.

즉, 이번에는 SK이노베이션이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SK온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쓴다는 거죠.

그간의 채무를 상환하고, 수소·암모니아 등 무탄소 에너지 등 신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겁니다.

SK온이 아니라 SK이노베이션, 자신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요.

이런 이유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이번 유상증자로 단기 충격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SK이노베이션의 기업 가치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앵커>

SK온 상장도 중요합니다. 자회사가 상장하면 모기업의 가치도 올라가지 않습니까?

<기자>

이번 유상증자 결정 때도 김준 부회장이 직접 나서 "주주환원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고 밝힌 바 있죠.

앞서 SK온 상장시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SK이노베이션 주식을 SK온 주식으로 교환해 주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주주환원 정책은 SK온의 IPO를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제 관심은 자회사 SK온의 IPO 시점인데요.

회사가 투자자들과 약속한 시점은 2026년, 이르면 2025년부터 IPO가 추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SK온이 계획한 시점에 상장하기 위해서는 올해 하반기로 예상되는 흑자 전환에 성공해야 합니다.

SK이노베이션이 유상증자 쇼크에서 벗어나고 한발 더 나아가 재평가 되기 위한 핵심은,

바로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흑자 전환과 성공적인 IPO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이지효기자 jhlee@wowtv.co.kr
SK이노 '이제 나를 위한 투자'…SK온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