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꿈 품고 '부동산 조각투자'…이자는커녕 원금 날릴판"
수십억원 상업용 빌딩, 단 5000원으로도 투자 가능
부동산 경기침체로 젊은 직장인 “손해봤다” 곡소리
전문가 “P2P 대출 상품, 원금보장 아니란 점 유념”

#1. 주식투자 대신 이른바 ‘P2P’(온라인투자연계금융) 투자를 해온 직장인 A씨(32)는 최근 펀드사로부터 채권매각을 추진 중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A씨는 작년 적은 돈으로도 서울 강남권 오피스텔에 투자할 수 있다는 얘기에 1000만원에 달하는 돈을 넣었다. 그러나 오피스텔에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한 데다 펀드사가 빌려준 돈에 대한 이자도 연체되기 시작했다. 투자 원금의 20%가 손실 처리된다는 얘기에 A씨는 “투자를 후회한다”고 토로했다.
#2. 2년 전 부동산 급등기에 맞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간접투자를 해온 직장인 B씨(34)는 몇 개월째 약속받았던 이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PF에 투자하면 적은 돈으로도 부동산 가격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얘기에 매월 꾸준하게 투자금을 늘렸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며 이자는커녕 원금 걱정에 잠을 못 자고 있다. B씨는 “펀드사는 추가 담보를 받았다며 조금만 더 기다리라는데, 뾰족한 대안이 없어 지켜보기만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5000원으로도 부동산 투자 가능하다는데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도 이른바 ‘조각투자’가 인기다. 집이나 건물을 사서 시세 차익을 노리거나 임대료를 받는 기존 투자법과는 다르다. 부동산 지분이나 관련 채권을 다른 사람과 함께 투자한 뒤 투자한 금액만큼 수익을 얻는 개념이다. ‘목돈’이 필요한 기존 부동산 투자가 불가능한 젊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활발하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중앙기록관리기관 P2P센터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투자업체 50곳의 누적 대출금액은 이달까지 7조5997억2372만원에 달한다. 이 중 누적 상환금액은 6조4703억원 정도고, 잔액은 1조1294억원이다.
"건물주 꿈 품고 '부동산 조각투자'…이자는커녕 원금 날릴판"
P2P 투자는 부동산뿐만 아니라 개인이나 법인 대출도 가능하지만, 대부분은 부동산 관련이다. 전체 대출 중 65%는 부동산 담보 대출이고, 부동산 PF 대출도 5%를 차지한다. 법인 신용 대출이 전체 중 4%에 그치는 것과 대조적이다.

P2P 투자는 2020년 온투업법이 시행되며 제도권 투자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비슷한 시기에 부동산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투자자가 크게 늘었다. 기존 방식대로 부동산에 투자하려면 대출을 받거나 투자금이 많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투자업체 관계자는 “투자 고객 대부분이 젊은 직장인”이라며 “중장년 투자자는 새로운 투자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채권에서 쪽지분 투자로 다양화

최근에는 부동산 관련 채권을 넘어 직접 부동산에 조각투자하는 방식이 크게 늘었다. 카사나 소유, 펀블 등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상업용 부동산을 최소 5000원 단위로 투자할 수 있다. 부동산 지분에 직접 투자하는 식이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건물주를 경험해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투자자는 장내 거래를 통한 차익과 함께 3개월마다 정산되는 건물 임대료 배당 수익, 건물 매각 수익을 얻는 식이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는 최근 서울 역삼 한국기술센터를 매각하며 12.24%, 역삼 런던빌 2개 건물을 매각하며 14.76%의 누적 수익률을 거뒀다. 두 건물의 공모 참여자 수는 1만112명에 달했다. 한 부동산 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금액을 5000원 단위로 나눠 투자하면 매장 수익을 얻거나 매각 차익을 얻는 식”이라며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침체에 곳곳 “손해 봤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관련 채권에 투자하는 P2P 투자 방식에 위험 경고등이 켜졌다. 투자업체들의 연체율은 두 자릿수로 늘었다. 덩달아 피해 사례가 크게 늘면서 모집에 성공한 부동산 PF 관련 상품 숫자도 크게 줄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대출잔액 기준 P2P 상위 3개사(피플펀드·투게더펀딩·8퍼센트)의 지난 1분기 평균 연체율은 10.73%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연체율(2.42%)과 비교하면 4배 이상 급등한 수치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이들 업체의 연체율이 크게 올라간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 탓이다. 투게더펀딩의 부동산 담보대출 채권 연체율은 지난 4월 기준 25.88%에 달한다. 부동산 담보 대출 채권만 취급했던 그래프펀딩은 연체율이 25.88%에 달하자 폐업을 공지했다.

사정이 악화하며 관련 상품 역시 크게 줄었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모집이 완료된 부동산 PF 투자상품 수는 224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372건 대비 40%(148건) 감소했다. 그나마 모집에 성공한 펀드 역시 부동산 시장 침체로 사업성이 악화해 이른바 ‘할인 매각’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P2P 업체가 투자했던 경기 김포의 한 아파트는 최근 미분양 사태가 계속되며 업체들이 부실채권을 할인 매각했다. 6000만원에 달하던 채권 가격이 단 1만원에 할인 매각되는 사태까지 발생하자 투자자들은 손해가 막심하다며 집단 소송까지 준비 중이다. 한 투자자는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투자업체들이 연체율을 줄이려고 채권을 과도하게 할인해 매각한다”며 “결국 피해는 투자자들이 지게 되는 셈”이라고 했다.

묻지마 투자 전에 위험성 확인해야

전문가들은 비교적 적은 돈으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조각투자 방식이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위험성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철균 두리경제부동산연구소 대표는 “부동산 P2P 대출 상품은 원금 보장 상품이 아니라는 점을 모르고 투자하는 젊은 투자자들이 많다”며 “특히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투자 상품이 고수익을 얻기 힘들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물주 꿈 품고 '부동산 조각투자'…이자는커녕 원금 날릴판"
다른 WM(자산관리)업계 관계자 역시 “지분을 공유하는 부동산 조각투자는 생각보다 변동성이 낮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반대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상품은 그만큼의 위험성이 동반된다”고 조언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