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에이블리 대표는 “패션을 넘어 뷰티·라이프·푸드 영역까지 확장하며 궁극적으로는 ‘한국인의 취향 지도를 그리는 앱’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이블리 제공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는 “패션을 넘어 뷰티·라이프·푸드 영역까지 확장하며 궁극적으로는 ‘한국인의 취향 지도를 그리는 앱’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이블리 제공
‘200억원→1100억원→3800억원→7000억원→1조2000억원.’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가 출시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연도별 거래액 규모다. 불과 4년 만에 거래액이 60배 불어나며 1조원 이상의 대형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2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에이블리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700만 명 규모로, 국내 패션·뷰티·인테리어 등 버티컬 플랫폼(전문몰) 가운데 1위다.

성장뿐만 아니라 내실도 갖추기 시작했다.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 연속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국내 패션 플랫폼 가운데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넘으면서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곳은 에이블리와 무신사뿐이다.

"에이블리 거래액, 4년새 60배…패션 넘어 라이프스타일 앱 될 것" [긱스]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작년부터 스타트업에 위기가 닥치는 것을 느끼고 내실 갖추기에 전사적 에너지를 투입했다”며 “창업 초기부터 구축한 셀러(판매자)와의 동반 성장 비즈니스 모델이 성과를 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에이블리는 서비스 초기부터 자체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셀러 누구나 마켓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사입·물류·배송·고객관리(CS) 전 과정을 대행하는 ‘에이블리 파트너스’ 솔루션을 운영해왔다. 개성 강한 개인 셀러가 에이블리로 몰려든 결과 입점 마켓 수는 4만5000개까지 불었다. 국내 패션 플랫폼 중 압도적 1위다.

강 대표는 “패션을 넘어 뷰티·라이프·푸드 영역까지 확장하면서 궁극적으로는 ‘한국인의 취향 지도를 그리는 앱’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소비자 취향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제안하는 슈퍼 앱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이용자가 에이블리에서 맘에 드는 옷을 몇 개 고르면 AI로 이 사람의 라이프스타일 취향 지도를 그립니다. 화장은 이렇게 하겠구나, 집은 이렇게 꾸미겠구나, 인테리어 소품은 이런 걸 구매하겠구나 추측하는 거죠.”

이른바 ‘넥스트 커머스’다. 그는 “특정 브랜드에 의해 독점되는 커머스 생태계가 아니라 누구나 셀러가 돼 세상에 없던 상품이 튀어나오고, 이용자들은 취향에 맞는 제품을 소비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앱스토어와 유튜브가 새로운 서비스와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한 것처럼 에이블리가 차세대 커머스 시장을 개척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고, 대만 등에도 앱을 내놓을 예정이다. 강 대표는 “일본 소비자들은 한국 패션에 관심이 매우 높다”며 “단순 마니아층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퍼지고 있다”고 했다.

에이블리는 지난해 투자 유치 당시 기업가치 9000억원을 인정받았다. 올해 말께로 계획하고 있는 추가 투자 유치에선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반열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강 대표는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의 공동창업자이기도 하다. 그는 “왓챠는 수많은 콘텐츠 가운데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찾아주는 서비스고, 에이블리는 수많은 상품 중 좋아할 만한 상품을 추천해준다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e커머스 보급률이 전 세계 최상위권인데도 아직 50%가 안 돼요. 갈 길이 멀다는 거죠. 에이블리는 한국을 넘어 글로벌 빅 플레이어가 될 겁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