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류를 위한 2030 부산세계박람회와 '퍼스트 코리아'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는 인류가 당면한 위기에 대응하는 솔루션 플랫폼이 될 것입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인류를 위한 대한민국’을 선언했다. 부산이 엑스포를 개최해야 할 이유로 ‘미래’ ‘약속’ ‘보답’ ‘연대’라는 키워드도 제시했다. 피란민으로 북적였던 가난한 도시에서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일류 도시로 변모한 부산이 이제 인류의 도전과제를 앞장서 풀어나가겠다는 다짐을 강조했다.

경쟁 상대로 나선 사우디아라비아는 오일머니의 위력을, 이탈리아는 로마의 영광을 바탕으로 자국을 홍보했다. 하지만 한국처럼 특수한 역사적 경험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결합하지는 못했다. 엑스포 유치의 성패를 떠나 이번 총회를 통해 한국의 새로운 캐릭터를 구축한 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평이 나오는 까닭이다.

자국의 상품과 국력을 과시하던 과거 엑스포에 비해 오늘날의 성격은 크게 바뀌었다. BIE는 이 시대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리고 이를 위한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국제 협력을 증진하는 것이 엑스포의 주된 목적이라고 강조한다. 2015년 밀라노엑스포가 ‘식량문제’를, 2020년 두바이엑스포가 ‘상호 연결성’을, 2025년 개최되는 오사카엑스포가 ‘보건’을 주제로 삼은 배경이다.

부산도 이 같은 흐름을 정확히 짚고 있다. ‘기후위기를 넘어, 지속 가능한 번영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부산에서 개최한 기후산업국제박람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 현대, SK, LG 등 글로벌 대기업뿐 아니라 수많은 중소 벤처기업까지 참여한 이 전시회는 한국의 녹색기술과 산업 역량을 집약한 플랫폼으로 ‘그린엑스포’의 미래를 생생하게 예고했다.

바다는 지구에 축적되는 열의 90% 이상을 축적한다. 뜨거워지는 대기를 바다가 식혀주고 있다는 뜻이다. 해양생태계의 탄소 흡수 능력은 육상생태계의 60배가 넘는다. 생명의 원천인 바다가 더욱 중요해졌다.

대한민국 대표 해양도시 부산은 유엔 해비타트와 힘을 합쳐 친환경 해상도시(플로팅 아일랜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미국 시애틀과 연결되는 녹색항로를 통해 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이 다니는 바닷길도 열기로 했다. APEC기후센터는 이미 부산에 있다. 미래를 이끌 양자컴퓨팅 글로벌 콤플렉스도 부산에 들어선다. 녹색기술과 정보기술(IT)의 융합을 부산이 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에서 ‘G7+ 국가’로 떠오른 대한민국이 부산엑스포를 통해 국제사회에 기여하겠다는 건 다시 봐도 새로운 발상이다. 대통령이 공적개발원조(ODA)를 세계 10위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개도국에 대한 기술 협력을 거듭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G7 확대정상회의에서는 기후클럽 가입도 선언했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반도체와 배터리, IT 기술을 가진 한국이 기후 대응에 앞장선다면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를 선도하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클래스가 달라진 ‘퍼스트 코리아(First Korea)’, 세계는 이미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