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 28일 오후 1시 32분

글로벌 폴리이미드(PI) 필름 시장 1위 기업인 PI첨단소재가 글로벌 특수화학 소재 기업인 아케마를 새 주인으로 맞는다.

PI첨단소재 지분 54.07%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는 28일 PI첨단소재 경영권을 아케마에 매각하기로 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지분 전량의 가격은 1조원, 주당 약 6만2982원으로 책정됐다. 이날 PI첨단소재의 종가(3만7700원)보다 67% 높은 수준이다. PI첨단소재는 지난해 매출 2764억원, 영업이익 521억원을 기록했다.

PI첨단소재의 전신은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50 대 50 지분율로 2008년 설립한 SKC코오롱PI다. 양 사가 2020년 신사업 진출을 위한 현금 확보 차원에서 합작사 지분을 내놓자 글랜우드PE가 약 607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글로벌 PEF인 베어링PEA에 회사를 매각하기로 했지만 인수 측이 계약 이행을 거부하면서 M&A 시장에 다시 나왔다. 당시 베어링PEA에 밀려 기회를 놓쳤던 아케마가 적극적인 인수 의사를 보여 거래가 성사됐다.

PI첨단소재의 주력 제품인 PI필름은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분류되는 특수 화학소재다. 범용 플라스틱에 비해 내열성과 절연성이 매우 높다. 극한과 초고온에서도 변형이 없어 스마트폰, 반도체 등 전자기기 부품으로 주로 사용된다. 글랜우드PE의 인수 시기만 하더라도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와 정보기술(IT)기기의 연성회로기판(FPCB) 등에 쓰이는 필름이 주요 매출원이었다. 특히 스마트폰 매출이 2020년 전체 매출의 70%에 달할 정도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성장세가 큰 폭으로 꺾이면서 PI첨단소재는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PI필름과 모터에 투입되는 바니시 등으로 사업 다각화가 이뤄졌다. 대규모 투자도 병행했다. 진천 및 구미의 PI 공장 설비 증설에 약 1800억원을 재투자했다. 연간 3900t 수준이던 PI 필름 생산량을 7150t까지 늘렸다. 글랜우드PE 인수 이후 진출한 바니시 분야도 생산량을 600t 수준에서 3600t까지 늘릴 예정이다. 2020년 10%대 초반이던 전기차 매출 비중도 올해 20%, 2025년엔 30%까지 높일 계획이다.

아케마는 전기차에 쓰이는 PI필름의 성장세가 뚜렷한 점을 눈여겨보고 이번 인수에 베팅했다. 아케마는 2004년 프랑스 토탈의 석유화학 부문이 분사해 출범했다. 바스프, 다우 등과 더불어 세계 3대 화학사로 꼽힌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아케마가 이번 인수로 그간 생산하지 않던 PI필름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한국 및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얻었다”고 말했다.

차준호/하지은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