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연의 세대공감] 이젠 MZ도 아닌 잘파세대?…갈등은 그대로 둔채 세대론만 재생산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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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년간 ‘MZ세대론’ 열풍이 몰아치다 드디어 좀 사그라드는가 싶더니 이젠 ‘잘파(Zalpha)’란다. 필자는 세대 연구자이지만, 아니 어쩌면 세대 전문가이기에 더더욱 한국에만 존재하는 ‘MZ’라는 다소 억지스러운 명명을 비판적으로 바라봐왔다. 그리고 이 Z세대와 알파(Alpha) 세대(2010년 이후 출생자로, XYZ로 이어지는 세대 규정이 끝나자 처음으로 a 대신 알파라 부른다)를 합쳐 부르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말장난’ 역시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20대 다수와 이제 갓 10대가 된 이들을 하나로 묶는 무리수는 차치하더라도, 도대체 이제 이런 세대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회의감 때문이다.
실제 알파 세대의 특징이라고 제시되는 것들을 나열해보자. ‘글로벌 마인드,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에 따라 결정하고 소비하며, 유튜브 등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경제활동에도 익숙하다’고 하는데, 이 특징들은 필자의 저서에서 필자가 제시한 Z세대의 특징과 100% 일치한다. 그들이 진정 동년배로서 Z세대와는 다른 그들만의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코호트’ 효과를 갖고 있는지도 의문이고,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떤 경험을 공유하는지 제대로 연구됐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MZ 열풍이 지나가니, 뭔가 또 마케팅 세그멘테이션 타령하고 싶은 일부 ‘마케팅 컨설턴트를 자처하는 이들’과 ‘트렌디하다는 얘기를 듣고 싶은 일부 언론인’이 다시금 나선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2010년 이후 출생자들, 이른바 알파 세대가 정말 하나의 세대로서 의미를 갖고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밀레니얼 세대, 심지어 그보다 세대 정체성은 다소 약하고 더 분절화돼 있던 Z세대보다 ‘세대 특성과 의미’는 더 작아질 수밖에 없다. Z세대, 이른바 ‘모바일 네이티브’ 등장 이후로 나타나는 세상의 거대한 흐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돌이킬 수 없는 기후변화이고, 다른 하나는 상상을 뛰어넘는 인공지능(AI)의 발전이다. 따라서 세상은 기후변화에도 기존의 모든 기술과 번영된 삶을 누리는 소수, AI를 소유하거나 개발할 수 있는 돈 혹은 지적 능력을 가진 극소수 사람과 직업이 사라진 대다수로 분리될 수도 있다.
물론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이 두 가지 거대한 변화는 200년이 된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의 근본적 전환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자산’과 ‘소득수준’ ‘계층’을 둘러싼 극심한 갈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자연스레 한국 사회의 다양한 계층이 섞여서 생활하는 ‘소셜 믹스’는 약해지고 있으며, 각자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와 제품·서비스만 소비하는 ‘개인화된’ 세상을 살고 있기에 세대론의 힘 자체는 끊임없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MZ 다음은 잘파’라며 정확하지도 않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세대론도 아닌 세대론을 끝없이 재생산하는 건 한국 사회가 직면한, 그리고 앞으로 겪게 될 다양한 문제와 갈등의 본질을 외면하거나 덮는 데 일조할 뿐이다.
이제는 재미조차 없는, 술자리 시시껄렁한 대화의 주제나 소재도 되지 못하는 ‘잘파 세대’ 같은 어설픈 세대 담론보다는 진짜 우리의 문제, 우리가 겪고 있고 앞으로 겪게 될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훨씬 필요한 때다.
고승연 <우리가 싸우는 이유: MZ세대는 없다> 저자·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실제 알파 세대의 특징이라고 제시되는 것들을 나열해보자. ‘글로벌 마인드,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에 따라 결정하고 소비하며, 유튜브 등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경제활동에도 익숙하다’고 하는데, 이 특징들은 필자의 저서
2010년 이후 출생자들, 이른바 알파 세대가 정말 하나의 세대로서 의미를 갖고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밀레니얼 세대, 심지어 그보다 세대 정체성은 다소 약하고 더 분절화돼 있던 Z세대보다 ‘세대 특성과 의미’는 더 작아질 수밖에 없다. Z세대, 이른바 ‘모바일 네이티브’ 등장 이후로 나타나는 세상의 거대한 흐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돌이킬 수 없는 기후변화이고, 다른 하나는 상상을 뛰어넘는 인공지능(AI)의 발전이다. 따라서 세상은 기후변화에도 기존의 모든 기술과 번영된 삶을 누리는 소수, AI를 소유하거나 개발할 수 있는 돈 혹은 지적 능력을 가진 극소수 사람과 직업이 사라진 대다수로 분리될 수도 있다.
물론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이 두 가지 거대한 변화는 200년이 된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의 근본적 전환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자산’과 ‘소득수준’ ‘계층’을 둘러싼 극심한 갈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자연스레 한국 사회의 다양한 계층이 섞여서 생활하는 ‘소셜 믹스’는 약해지고 있으며, 각자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와 제품·서비스만 소비하는 ‘개인화된’ 세상을 살고 있기에 세대론의 힘 자체는 끊임없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MZ 다음은 잘파’라며 정확하지도 않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세대론도 아닌 세대론을 끝없이 재생산하는 건 한국 사회가 직면한, 그리고 앞으로 겪게 될 다양한 문제와 갈등의 본질을 외면하거나 덮는 데 일조할 뿐이다.
이제는 재미조차 없는, 술자리 시시껄렁한 대화의 주제나 소재도 되지 못하는 ‘잘파 세대’ 같은 어설픈 세대 담론보다는 진짜 우리의 문제, 우리가 겪고 있고 앞으로 겪게 될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훨씬 필요한 때다.
고승연 <우리가 싸우는 이유: MZ세대는 없다> 저자·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