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단체 바그너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러시아와 결별하고 벨라루스에 터를 잡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최측근에서 쿠데타 주범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러시아는 반란 혐의에 관한 수사를 종결했지만, 푸틴 대통령과 척진 프리고진의 생사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벨라루스 현지 매체인 벨타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프리고진이 오늘 벨라루스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7시께 프리고진의 전용기가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4일 프리고진은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를 떠난 뒤 행적이 묘연해졌다. 프리고진의 생사를 벨라루스 대통령이 공식 확인해준 셈이다.

이날 러시아 연방보안국은 성명을 통해 바그너그룹의 반란 사태에 대한 수사가 종결됐다고 밝혔다. 루카셴코 대통령이 24일 주도한 중재안에 따른 조치다. 당시 프리고진은 반란을 중단하는 대신 러시아가 쿠데타 가담자에 대한 처벌을 취소하는 데 합의했다.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망명하자 러시아 당국이 이를 이행한 것이다.

처벌은 철회했지만 바그너그룹 수뇌부에 대한 보복은 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철권 통치를 유지하기 위해선 쿠데타로 인해 붕괴한 리더십을 되살려야 해서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바그너그룹에 제공한 지원금 사용처부터 조사할 방침이다.

프리고진의 생사도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 지도부 내부에선 프리고진을 사형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협상 당일에도 프리고진 제거를 명령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라루스 국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푸틴은 프리고진을 사살하려 했지만, (나는) 그에게 성급한 대응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프리고진이 아프리카로 잠적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벨라루스가 러시아의 최대 동맹국이란 점을 감안하면 안전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벨라루스에 터를 잡고 명예 회복을 노릴 것이란 관측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그룹 병사들에게 벨라루스행을 허용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도 바그너그룹이 벨라루스에 결집한다면 버려진 군사기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전 통합사령관을 지낸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군 통합부사령관(대장)이 바그너그룹의 반란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미 정보당국 관계자는 수로비킨 사령관이 프리고진의 반란에 동조했다고 보고 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