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혁신 주저앉혔던 여야…'반쪽 원격진료'도 이견없이 합의
재진 시에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법안이 다음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할 전망이다. 초진에도 비대면 진료 허용을 기대했던 플랫폼 업계는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다. 2019년 12월 총선을 앞두고 ‘타다 금지법’이 국토교통위 위원의 만장일치로 처리된 것과 같은 ‘혁신산업 죽이기’가 재연될 조짐이다.

복지위 1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7일 “문구를 정리해 다음 회의 때 통과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자는 법안이 2010년 발의된 이후 13년 만에 상임위 문턱을 넘어서는 것이다.

복지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당 법안은 조문 정리만 남겨놨을 뿐 ‘재진만 허용’이라는 핵심 내용에 대해서는 여야 의원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생겨난 많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주 고객은 대부분 초진 환자다. 보건복지부 방침대로 ‘재진만 허용’하는 법이 만들어지면 해당 스타트업은 설 자리를 잃는다. 정치권과 스타트업계에서 해당 법안이 21대 국회 내에 처리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다.

실제로 복지부가 이달부터 재진 환자에 대해서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시범사업을 벌이면서 폐업하는 스타트업이 줄을 잇고 있다. 2021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1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도 유치한 ‘바로필’이 최근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체킷’ ‘파닥’ ‘썰즈’ 등 도 잇따라 서비스를 종료했다.

물론 국회에서도 스타트업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으려는 움직임이 있기는 했다. 초진에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법안이 올 4월 처음 발의된 것이다. 그러나 복지위 관계자에 따르면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법안은 소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복지부에서 이미 ‘재진’ 원칙을 못 박은 탓도 있지만, 해당 법을 논의하는 복지위 1소위엔 의사 및 약사 출신 의원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도 이유다. 의사협회와 약사단체에선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줄곧 반대해 왔다. 총선이 슬슬 다가오니 여야 의원들이 지역의사회·지역약사회 등의 표 압박을 의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대면 진료 스타트업들은 ‘다 죽게 생겼다’고 호소하지만, 27일 소위에서도 ‘원격의료 혁신’에 대한 논의나 업체 측 주장을 대변해줄 의원은 없었다. 타다에 이어 또 다른 혁신 서비스가 국회 입법에 의해 시장에서 밀려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