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펀드 수익률이 -261%?…'황당' 퇴직연금 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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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계산방식에 투자자 혼란
![정부가 도입한 통합연금포털의 퇴직연금펀드 수익률이 투자자가 실제 거둔 수익률과 전혀 다르게 공시되면서 혼란을 부채질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민들이 서울 여의도 거리를 걷고 있다. /최혁 기자](https://img.hankyung.com/photo/202306/AA.33832172.1.jpg)
정부가 2020년 국민이 제대로 된 퇴직연금펀드 수익률을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도입한 ‘통합연금포털’의 수익률 공시를 놓고 부실 논란이 일고 있다. 대부분 투자자가 거둔 실제 수익률과 전혀 다른 수치를 공시해 혼란만 부채질한다는 비판이 크다.
-38%가 -115%로…이상한 연금 수익률 계산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공동 운영하는 통합연금포털의 퇴직연금펀드 수익률이 투자자들이 실제 거둔 수익률과 대부분 차이가 나는 이유는 정부가 2020년 ‘순납입원금 기준 수익률’이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계산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달간 펀드에 들어온 돈과 나간 돈을 가감한 월말 ‘순납입원금’ 대비 해당월 발생한 수익(또는 손실)으로 수익률을 계산하는 방식이다.○생소한 ‘순납입원금 기준 수익률’
![[단독] 펀드 수익률이 -261%?…'황당' 퇴직연금 공시](https://img.hankyung.com/photo/202306/AA.33835618.1.jpg)
통합연금포털의 퇴직연금펀드 수익률은 이런 이유 때문에 거의 모든 상품 수익률이 기준가 방식 대비 과도하게 나타난다. ‘우리연금저축포커스’는 기준가 방식으로 작년 한 해 동안 -33.9%의 수익률을 냈지만 통합연금포털에선 -93.12%로 공시됐다. -38.0% 수익률을 기록한 ‘KB스타베트남VN30인덱스(C-P)’도 통합연금포털에선 -115.83%라고 표기돼 있다.
한 자산운용사 마케팅 임원은 “지난해 증시 불황으로 펀드 수익이 악화한 가운데 원금이 빠져나가면서 통합연금포털 손실률이 기준가 방식보다 더욱 커지는 사례가 속출했다”고 했다.
○“당국의 전문성 부족이 문제”
정부가 2020년부터 연금상품 수익률 공시를 한 것은 퇴직연금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였다. 모든 퇴직연금 상품의 수익률을 투명하게 공개해 투자자들이 우수 성과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지원하는 동시에 펀드·자산운용사 간 경쟁도 유발하겠다는 취지였다.하지만 투자자에게 생소한 순납입원금 대비 수익률 방식을 채택한 것은 이런 취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대형 자산운용사의 퇴직연금 부문 관계자는 “현재의 공시 방식으로는 원금 입출입이 수익률 계산의 변수가 되기 때문에 펀드의 실제 투자 성과를 제대로 보여주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도 시행 3년 동안 수익률 제공에도, 경쟁 활성화에도 기여하지 못한 이유”라고 했다.
일각에선 수익률을 집계해 공개하는 정부 부처의 전문성 부족이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신중철 에프앤가이드 고문은 “펀드 계산 방식은 여러 개가 있는데 방식마다 쓰임새와 장단점 등이 모두 다르다”며 “여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제도를 추진하니 이런 오류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퇴직연금 운용 모범 사례로 꼽히는 미국은 민간·학계·정부가 공동 논의를 거쳐 퇴직연금 상품 및 가입자별 현황 등을 매년 수집하고 관련 정보를 모은 분석보고서까지 내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문제점을 파악해보겠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