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찾은 여행객들이 대구문학관에서 열리고 있는 ‘1990: 대구, 문학, 어제, 오늘’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오경묵 기자
대구를 찾은 여행객들이 대구문학관에서 열리고 있는 ‘1990: 대구, 문학, 어제, 오늘’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오경묵 기자
개관 9주년을 맞아 새롭게 단장한 대구문학관(관장 하청호)은 새로운 기획전시 ‘1990: 대구, 문학, 어제, 오늘’ 전시를 열고 있다.

1990년대 대구에서 펼쳐진 문학계의 다양한 변화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대구 문학계에서 처음으로 1990년대 대구문학 전반을 조명하는 전시여서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문학관이 1990년대에 주목한 이유는 이 시기가 오늘날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현재 대구 문학계에도 큰 영향을 끼친 의미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선욱 대구문학관 상주 작가는 “1990년대는 시, 시조, 수필, 아동문학 등 여러 장르의 역량이 고르게 펼치진 시기로 이때 형성된 대구 문학의 지형과 형상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2년 지방 도시 대구서 창간된 <시와반시>는 문학계의 ‘사건’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92년 창간돼 올해로 31년째를 맞는 <시와반시> (발행인 강현국)의 창간이다. 대구 문학계에 따르면 계간지 <시와반시>의 창간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문예지는 서울에만 있던 때였기 때문이다. 수준 높은 문학잡지가 지금까지 한 번의 결호도 없이 발행돼왔다는 사실은 문학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인도 놀라는 대목이다. <시와반시> 창간된 이후 부산에서 <시와사상>, 광주에서 <시와사람> 등 지역 문학지가 잇따라 발간되기 시작했다. 이선욱 작가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제가 1995년에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대구의 문학적 역량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는 역사”라고 평가했다.
1990년대 대구에서 창간된 <시와반시>  <시·열림>  <녹색평론> 창간호. /오경묵 기자
1990년대 대구에서 창간된 <시와반시> <시·열림> <녹색평론> 창간호. /오경묵 기자
여성 작가들의 활발한 움직임을 대변하는 동인지 <시·열림>과 국내 생태주의와 환경운동의 독보적인 잡지로 알려진 <녹색평론>도 1990년대 대구에서 창간됐다. 대구문학관 4층 전시장에는 1990년대 우리 사회의 변화와 흐름을 대표하는 대구 문학계의 주요 도서 20여점도 함께 전시돼 대구의 문학에 투영된 과거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1990년대 대구 문학계의 흐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문학 연표도 이해를 돕는다.

○1990년대를 느끼는 온도는 세대별로 달라

1990년대를 조명한 전시여서 1990년대를 바라보는 온도가 세대별로 다르다는 점도 이전 전시의 관람 포인트다. 이 때문인지 대구문학관에는 가족이나 모녀가 함께 대구 여행을 왔다가 들르는 경우도 많다. 1990년대는 시기적으로 30년 전이지만 연배가 높은 세대에게는 가까운 어제처럼 느껴지지만, MZ세대에게는 오랜 과거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하청호 대구문학관 관장은 “대구의 근현대 문학은 100여년이 넘는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니고 있다”며 “1990년대에 주목한 이유도 이러한 시간을 보다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해서다”고 강조했다. 입장료는 무료이고 전시는 내년 3월까지 이어진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