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産 대신 미국産"?…재고 대폭 감소에 오름세 보인 유가 [오늘의 유가]
美원유재고 대폭 줄어…"사우디産 대체 수요"
추가 긴축 발언은 유가 상단 제한
"사우디産 대신 미국産"?…재고 대폭 감소에 오름세 보인 유가 [오늘의 유가]
국제 유가가 미국 원유재고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소식에 오름세로 전환했다.

28일(현지시간) 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86달러(2.75%) 오른 배럴당 69.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는 지난 21일 이후 최고치이다. 브렌트유도 전 거래일보다 약 1달러 올라 배럴당 73.54달러로 장 마감했다. 유가는 지난 3거래일 중에서 이틀간 상승했다.

이날 유가는 미국의 원유재고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소식에 상승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과 다우존스에 따르면 지난 23일로 끝난 한 주간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960만3000배럴 줄어든 4억5369만배럴로 집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80만배럴 감소보다 훨씬 더 크게 줄어든 것이다.

휘발유 재고는 60만3000배럴 늘어난 2억2200만배럴을, 디젤 및 난방유 재고는 12만3000배럴 증가한 1억1441만배럴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휘발유 재고는 40만배럴 감소하고, 디젤 및 난방유 재고는 40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클라호마 쿠싱 지역의 원유 재고는 120만배럴 증가했고, 전략비축유는 140만배럴 감소했다. 지난주 미국의 정제 설비 가동률은 92.2%로 직전 주의 93.1%에서 하락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93.2%를 예상했다.

DTN의 트로이 빈센트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는 마켓워치에 "미국 원유재고 감소는 주로 강한 수출을 반영한 것"이라며 "미국의 정제 활동이 계절적 요인에 역행해 계속 축소는 데도 불구하고 원유재고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해부터 추가 감산을 발표하거나 시장에서 OSP(공식 판매 가격)를 인상한 후 미국 석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6주 동안 브렌트유와 WTI의 가격 격차가 확대된 것이 미국 원유 수출의 부활로 이어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産 대신 미국産"?…재고 대폭 감소에 오름세 보인 유가 [오늘의 유가]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의 긴축 발언이 지속된 점은 유가의 상단을 제한했다. 이날 제롬 파월 중앙은행(Fed) 의장은 유럽중앙은행(ECB) 연례 포럼에 참석해 "통화정책이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을 수 있다"며 "금리를 연속으로 올리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도 "금리 인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예상대로 상황이 전개되면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주요국들의 긴축 위험이 지속되면 원유 수요가 둔화하는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수석 시장 분석가인 필 플린은 유가 전망에 대해 "매우 작은 링에서 황소(강세장 요인)와 곰(약세장 요인)이 싸우는 상황"이라며 "지금 형국은 경기 침체 우려 대 공급 압박의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또 "원유 트레이더들이 공급 과잉을 시사하는 가격 구조와 올해 말 공급 부족을 예측하는 가능성을 바탕으로 경기 침체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시장이 중앙은행 지도자들의 발언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