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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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축구선수 황의조의 사생활 논란과 관련한 동영상이 온라인상에 확산되는 것을 두고 정치권이 잇따라 논평하고 있는 가운데, 'n번방 사건'을 처음 공론화한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피해자는 남녀를 불문하고 보호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28일 '디지털성범죄 피해 확산을 막아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황의조 사건을 발단으로 SNS에서 온갖 디지털성범죄가 파생되고 있는데, 서로 동의하에 찍은 촬영물인지 아닌지는 조사를 통해 밝혀낼 일"이라고 했다. 확산되는 영상에 나오는 여성들이 촬영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여론이 갈라지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황의조는 현재 온라인상에서 성희롱을 비롯한 온갖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다"며 "n번방 사건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음에도 디지털성범죄는 여전히 사회에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물을 소지·구입·시청 하는 것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는 중한 범죄"라며 "SNS를 통해 피해물을 사고팔고 공유하는 행위를 멈추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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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치권에서는 황의조 사생활 논란을 두고 영상을 최초 유포한 여성에 대한 비판이 나온 바 있다. 2021년 'n번방 대응 국제협력 강화법'을 대표 발의했던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에 "사적인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라며 "해당 선수가 혹여 불법 촬영 가해자로 밝혀진다고 해도 불법 유포의 피해자인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문성호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26일 최초 유포 여성에 대해 "황의조가 관계 정립을 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면 폭로자는 왜 관계를 정립하지 않는 남성과 성관계를 가졌냐"며 "연인이 되고 싶었다면 '사귈 거 아니면 안 해'라고 말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스스로 글에서도 나오듯이 황의조는 명백히 관계 정립을 피하고 있음에도 성관계를 가진 것은 폭로자 자신"이라며 "가스라이팅 당했다? 미성년자가 아닌 이상 말도 안 되는 변명이다. 나는 여성이 자신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며 자유로운 성생활을 즐기는 것을 적극 지지하지만, 스스로 자유로이 결정한 성관계의 책임을 남성에게 떠넘기는 것의 극도로 혐오한다"고 강조했다.

황의조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한 A씨는 지난 25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황의조와 여성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황의조가 다수의 여성과 관계를 가지면서 피해를 줬다고 주장하며 "가스라이팅 당해 영상을 찍거나 찍힌 많은 여성은 본인이 애인이라고 착각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A씨는 현재 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 등 이용 협박·강요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다.

황의조의 매니지먼트사인 UJ스포츠는 이에 대해 "황의조 선수의 사생활과 관련해 근거 없는 루머, 성적인 비방이 유포된 것을 확인했다"며 "불법으로 취득한 선수 사생활을 유포하고 명예를 실추시킨 점에 대해 강력히 법적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각종 SNS에서 A씨가 올린 영상이나 사진 등이 불법으로 거래되거나 유포되고 있어 2차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양지민 변호사는 지난 27일 YTN 더뉴스에서 "여성이 촬영을 동의해서 했고, 황의조 선수가 소지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특별하게 문제 삼는 것이 없다면 두 사람 간의 관계(문제)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그게 아니고 (해당) 여성이 '나는 교제했을 당시 이런 영상이 찍힌 줄도 몰랐다'고 하는 순간 성폭력처벌법이 성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