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꿀잠 프로젝트·회진질문 게시판…환자 중심 의료문화 조성
세브란스병원이 한국표준협회에서 주최하는 ‘2023 소비자웰빙환경만족지수(KS-WEI)’ 종합병원 부문 1위를 17년 연속 달성했다.

2012년 국내 최초로 ‘환자 경험’ 개념을 병원 경영에 도입한 세브란스병원은 치료와 직원 응대 등 환자가 병원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과정을 중심으로 통합 전략 모델을 구축했다. 긍정적인 환자 경험을 위한 선제적인 조치였다. 우선 세브란스병원은 환자들이 병원에서 경험하는 모든 과정을 데이터로 측정했다. 입원환자, 외래환자, 심지어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도 대상이다. 치료 후 만족도 조사를 카카오 알림톡을 발송해 의견을 수집하고 있다. 환자의 목소리에서 개선점을 찾겠다는 의도다. 특히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면회가 금지된 상황에서 온라인 병문안 시스템인 ‘응원톡톡’ 게시판을 운영해 큰 호응을 얻었다.

환자들의 수면 질 개선을 위해 귀마개와 수면 안대를 제공하고 숙면을 도운 ‘꿀잠 프로젝트’, 평소 환자가 궁금했던 점을 기록하면 주치의가 답변해주는 ‘회진 질문 게시판’, 검사와 입원 중 환자의 불필요한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진이 커튼을 열기 전 환자에게 동의를 구하는 ‘푯말 서비스’ 등 환자를 배려하는 세브란스병원의 노력이 곳곳에 배어 있다는 평가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긍정적인 환자 경험 증진을 목표로 불편 사항을 파악하고 이를 보완해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문화 조성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은 환자 경험뿐만 아니라 한국 최초의 근대식 병원으로서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본질적 목표 달성에도 충실했다. 지난해엔 전 세계 단일 기관 중 최초로 로봇수술 시행 3만례를 달성했다. 로봇수술 외에 다양한 임상 실적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간이식 1500례, 신장이식 5000례 등 이식 분야에서 특출난 성과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생체 이식뿐만 아니라 혈액형 부적합 이식 등 고난도 분야에서 뛰어난 치료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조혈모세포 이식 3000례를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 4월 국내 최초로 중입자치료기를 도입해 중증·난치 질환 정복에도 앞장서고 있다. 중입자치료는 기존 방사선 치료보다 2~3배 높은 치료 효과가 있고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적어 난치암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되는 치료법이다. 바이오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 맞춤형 치료법을 수립하는 차세대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을 구축한 것 역시 다른 병원과 차별점으로 꼽힌다. 인공지능(AI), 3차원(3D) 프린팅 등 최신 정보기술을 효과적으로 적용해 디지털 의료기관으로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간 협진이 쉽도록 데이터 기반의 경영 체계를 마련한 것 역시 미래 의료를 선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종원 세브란스병원장은 “세브란스병원은 ‘환자 가치 극대화’를 추구해 병원 문화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나라 의료서비스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