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 승차권 2% 할인 효과…'부가세 면제법' 통과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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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등 고속버스, 새마을호보다 운임 싼데 ‘고급 교통수단’
부가세 면제 혜택 못 받아 … 8개社 “연간 180억원 부담”
年승객 40% 줄어 매출 곤두박질 … 정부는 부정적 입장
예를 들어 서울에서 대전까지 우등 고속버스 운임은 1만5500원인 데 비해 새마을호 열차 운임은 1만6000원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구간도 마찬가지다. 우등 고속버스는 3만7800원인데 새마을호 열차를 타려면 4만2600원을 내야 한다. 고속버스가 이처럼 고급으로 대우받게 된 것은 처음 고속버스 서비스가 국내에 들어온 시대적 상황과 연결된다. 국내 고속버스 서비스는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시작됐다.
미국 장거리 버스 회사인 그레이하운드사가 한국에 코리아그레이하운드를 설립하고 미제 버스 40대를 들여와 여객 서비스를 제공했다. 일부 고속버스에는 여성 승무원이 동승했다. 당시 존재하던 다른 교통수단보다 수준이 높은 서비스로 분류됐다.
이는 1977년 부가세 시행 당시 부과 대상 선정에도 영향을 줬다. 당시 시내버스와 기차 등 여객 운송 용역에 대해서는 부가세를 면제하도록 했지만, 고속버스는 고급 운송수단으로 분류해 부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고속버스업계는 해당 법 개정을 통해 상당한 세금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속버스조합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고속버스 8개사의 부가세 부담은 모두 180억원으로 전체 매출 1985억원의 9.0%에 이르렀다. 부가세가 면제되는 만큼 수익이 개선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승객에게 판매하는 고속버스 승차권에도 부가세가 부과되는 만큼 입법이 이뤄지면 승차권 가격 인하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대략 2% 정도 승차권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고속버스업계는 코로나19 이후 큰 폭의 실적 하락을 겪고 있어 해당 법안 처리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2019년 연간 3244만 명이던 고속버스 운송인원은 지난해 1980만 명으로 39.0% 감소했다. KTX, SRT 등의 이용객이 늘어나는 가운데 지방소멸 가속화가 겹친 결과다.
이에 따라 업계 매출도 같은 기간 5850억원에서 3673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고속버스업계 관계자는 "전체 운항 편수의 80%가 부가세 적용을 받는 우등 고속버스와 프리미엄 고속버스로 채워지고 있다"며 "부가세 면제가 이뤄지면 고속버스 관련 주가도 힘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관련 제도 개선도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2015년부터 일반 고속버스에 대해서는 부가세 한시 면제 조치가 시행됐으며, 2020년 해당 조치가 영구 면제로 전환됐다. 다만 일반 고속버스 운행이 개별 업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에 불과해 경영 개선에는 큰 도움이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우등 고속버스 부가세 면제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여객 운송 용역에 대해서만 부가세를 면제키로 한 현행 부가세법 자체가 1970년대의 특수한 상황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부가세 면제 대상 교통수단을 늘리는 법 개정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부과 대상을 늘려야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부가세를 면제하더라도 승객의 운임료 부담 감소 폭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정부 안에서 제기된다.
이렇다 보니 국회에서도 입법 동력이 약하다. 한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쟁점이 되는 다른 세법들에 비해 수혜 대상 기업이 많지 않아 정치적 파급력이 약하다 보니 의원들의 관심이 크지 않다"며 "관련 소위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부가세 면제 혜택 못 받아 … 8개社 “연간 180억원 부담”
年승객 40% 줄어 매출 곤두박질 … 정부는 부정적 입장
새마을호 열차와 우등 고속버스 중 어느 쪽이 더 고급 교통수단일까. 개인 선호와 취향이 많이 반영될 만한 질문이다.최근 승객 감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고속버스업계가 우등 고속버스 등에 대한 부가세 면제를 요구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우등 고속버스 운임이 인하되고 고속버스 회사들의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금호고속, 천일고속 등이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민국 세법에서는 우등 고속버스를 새마을호 열차보다 더 고급인 이동수단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새마을호 열차를 포함해 시내버스, 일반 시외버스 등은 '여객운송 용역'으로 구분해 부가세를 면제한다. 하지만 우등 고속버스는 비행기와 KTX, 수서고속철도(SRT) 등 고속열차와 함께 '고급 교통수단'으로 분류해 부가세를 부과한다.
고속버스가 고급 교통수단?
우등 고속버스가 따로 세금까지 부과할 고급 교통수단인지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 힘들 수 있다. 새마을호 열차와 우등 고속버스 요금을 비교하면 '법으로 인정된 고급 교통수단'인 우등 고속버스보다 새마을호 열차가 비싸다.예를 들어 서울에서 대전까지 우등 고속버스 운임은 1만5500원인 데 비해 새마을호 열차 운임은 1만6000원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구간도 마찬가지다. 우등 고속버스는 3만7800원인데 새마을호 열차를 타려면 4만2600원을 내야 한다. 고속버스가 이처럼 고급으로 대우받게 된 것은 처음 고속버스 서비스가 국내에 들어온 시대적 상황과 연결된다. 국내 고속버스 서비스는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시작됐다.
미국 장거리 버스 회사인 그레이하운드사가 한국에 코리아그레이하운드를 설립하고 미제 버스 40대를 들여와 여객 서비스를 제공했다. 일부 고속버스에는 여성 승무원이 동승했다. 당시 존재하던 다른 교통수단보다 수준이 높은 서비스로 분류됐다.
이는 1977년 부가세 시행 당시 부과 대상 선정에도 영향을 줬다. 당시 시내버스와 기차 등 여객 운송 용역에 대해서는 부가세를 면제하도록 했지만, 고속버스는 고급 운송수단으로 분류해 부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고속버스업계, "연간 부가세 부담 180억원"
김교흥 의원의 법안은 부가세가 면제되는 여객 운송 용역 항목으로 전세버스, 고속전철 등을 언급한 항목에서 고속버스를 삭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고속버스를 삭제하면 자동으로 부가세 면제 항목에 포함돼 관련 세금 부담을 덜 수 있다.고속버스업계는 해당 법 개정을 통해 상당한 세금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속버스조합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고속버스 8개사의 부가세 부담은 모두 180억원으로 전체 매출 1985억원의 9.0%에 이르렀다. 부가세가 면제되는 만큼 수익이 개선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승객에게 판매하는 고속버스 승차권에도 부가세가 부과되는 만큼 입법이 이뤄지면 승차권 가격 인하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대략 2% 정도 승차권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부가가치세법 일부개정법률안 개요
- 호재기업 = 금호고속, 천일고속
- 발의 =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원실 02-784-1261)
- 어떤 법안이길래 = 부가가치세 도입 당시 일반 버스와 열차 등에는 부가가치세를 면제. 하지만 고속버스는 고급 운송 수단이라는 이유로 제외. 이 같은 역차별을 시정해 고속버스 업종에도 부가가치세를 면제해 주자는 것.
- 어떻게 영향 주나 = 고속버스 업종은 고질적인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어. 고속버스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는 승객의 운임 부담을 줄이고 고속버스 이용을 활성화해 관련 기업들의 실적 증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
특히 고속버스업계는 코로나19 이후 큰 폭의 실적 하락을 겪고 있어 해당 법안 처리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2019년 연간 3244만 명이던 고속버스 운송인원은 지난해 1980만 명으로 39.0% 감소했다. KTX, SRT 등의 이용객이 늘어나는 가운데 지방소멸 가속화가 겹친 결과다.
이에 따라 업계 매출도 같은 기간 5850억원에서 3673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고속버스업계 관계자는 "전체 운항 편수의 80%가 부가세 적용을 받는 우등 고속버스와 프리미엄 고속버스로 채워지고 있다"며 "부가세 면제가 이뤄지면 고속버스 관련 주가도 힘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필요성 인정되지만"…힘 못 받는 법 개정
관련 법 개정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대 국회에도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대표발의했지만 2020년 5월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관련 제도 개선도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2015년부터 일반 고속버스에 대해서는 부가세 한시 면제 조치가 시행됐으며, 2020년 해당 조치가 영구 면제로 전환됐다. 다만 일반 고속버스 운행이 개별 업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에 불과해 경영 개선에는 큰 도움이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우등 고속버스 부가세 면제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여객 운송 용역에 대해서만 부가세를 면제키로 한 현행 부가세법 자체가 1970년대의 특수한 상황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부가세 면제 대상 교통수단을 늘리는 법 개정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부과 대상을 늘려야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부가세를 면제하더라도 승객의 운임료 부담 감소 폭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정부 안에서 제기된다.
이렇다 보니 국회에서도 입법 동력이 약하다. 한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쟁점이 되는 다른 세법들에 비해 수혜 대상 기업이 많지 않아 정치적 파급력이 약하다 보니 의원들의 관심이 크지 않다"며 "관련 소위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