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라면 때리기’를 계기로 가공식품 가격에 대한 주목도가 올라갔지만, 식품값만 오른 게 아니다. 옷·신발값도 만만치 않게 가파른 상승 궤적을 그리고 있다.

‘범고래’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나이키 ‘덩크 로우’와 뉴발란스의 베스트셀러 ‘뉴발란스530’은 최근 7~10% 뛰었다.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세를 반영해 올해 봄·여름(S/S)시즌을 앞두고 대거 오른 옷값도 가을·겨울(F/W)시즌이 시작되기 전 또 한 차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범고래'·'뉴발란스530'…옷·신발값도 줄인상

○갈수록 오르는 생산원가

2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나이키 덩크 로우의 가격은 종전 12만9000원에서 13만9000원으로 인상됐다. 뉴발란스도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 모델인 뉴발란스530을 품목별로 1만원씩 올렸다. 뉴발란스는 작년 8월부터 운동화 가격을 10%씩 순차적으로 올리고 있다.

뉴발란스의 경우 본거지인 미국 내 판매 가격도 올라 ‘직구족’들의 애를 태웠다. 200달러(약 26만3000원)가 안 되는 가격으로 ‘직구템’으로 불렸던 뉴발란스993은 최근 한 번에 12.5% 상승해 224.9달러(약 29만6000원)가 됐다. 이달 초에는 아디다스가 대표 제품 ‘슈퍼스타’의 가격을 17.0% 올리기도 했다.

옷 가격도 지난해부터 꾸준히 올랐다. 유니클로는 지난 2월 국제 원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무신사도 자체브랜드(PB)인 ‘무신사스탠다드’의 주요 품목 가격을 지난해 하반기 평균 10% 올린 바 있다.

패션기업들이 신발·옷 가격을 잇달아 인상하는 건 생산원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원피 가격은 4월 파운드당 60.6센트를 나타냈다. 이는 전년 동월보다 5.5% 상승한 수준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재료비부터 인건비까지 안 뛴 게 없다”며 “제조공장이 많은 베트남과 중국의 인건비도 최근 많이 올라 이젠 생산기지를 중남미로 돌리는 방안도 고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패션업계에 ‘친환경 바람’이 부는 바람에 생산단가가 높은 리사이클링 소재의 사용량이 늘어난 것도 원가가 오른 배경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통계청이 5월 발표한 의류 및 신발 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8.0% 급등했다. 1992년 5월 이후 31년 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F/W시즌에도 가격 오를 듯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경기 둔화로 커진 재고 부담을 제품 가격 인상으로 만회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베스트셀러 제품들은 인기가 높아 가격을 1만~2만원 올려도 사려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글로벌 패션업계에선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톱 브랜드들마저 쌓이는 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월가에서는 재고 문제와 마진 악화로 주요 패션기업들의 올해 실적이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크게 밑돌 것이란 부정적 관측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미국 유명 힙합가수 예(칸녜이 웨스트)와 협업한 ‘이지’로 재미를 봤던 아디다스는 유대인을 상대로 한 예의 혐오발언 논란으로 1조원이 넘는 재고 부담을 지게 되는 돌발 악재까지 터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용되는 재료의 양이 많은 F/W시즌 의류는 S/S시즌 품목보다 원가 부담이 더 크다”며 “성수기가 시작되기 전에 또 한 번 큰 폭으로 오를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