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역대급 폭우가 내린 가운데 한 남성이 서울 서초동에서 침수된 차량 위로 올라가 몸을 피하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지난해 8월 역대급 폭우가 내린 가운데 한 남성이 서울 서초동에서 침수된 차량 위로 올라가 몸을 피하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올 여름 '슈퍼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국지성 폭우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침수차(車)에 대한 우려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강남 일대에서 벌어진 '역대급 물난리'도 장마철이 지난 후 갑작스럽게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전지식을 통해 폭우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자차보험 가입 필수

지난해 8월 기록적 폭우로 침수피해 차량만 1만대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지만 이중 자차보험을 가입하지 않거나 본인 과실로 보상을 받지 못한 차주가 다수 발생했다.

우선 침수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있는 자차보험을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손해를 막을 수 있다. 만약 가입하지 않았거나 저지대 주차, 선루프 개방 등 가입자 과실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난해 8월 역대급 폭우로 강남 일대에서 차량들이 빗물 속에 잠겨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지난해 8월 역대급 폭우로 강남 일대에서 차량들이 빗물 속에 잠겨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전기차 차주의 경우 내연기관차를 운행할 때보다 습기 제거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자동차 내부에 전자장비가 더 많기 때문이다. 전기차 차주는 비가 그친 뒤 보닛을 열어 습기를 없애야 한다. 이때 주황색 배선은 고압선이므로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

또 전기가 통하지 않도록 절연형 전용 부동액을 사용해 과열 현상을 방지해야 한다. 일반 자동차용 부동액을 사용하면 과열로 인한 화재와 고장의 위험성이 있어 혼합하면 안 된다.

한국타이어의 장마철 타이어 관리법 매뉴얼을 보면 타이어의 경우 기온에 크게 영향을 받는 공기압을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공기압이 너무 높으면 노면 충격 흡수력이 약해지고 길에서 튀어올라 미끄러질 수 있다. 공기압이 부족하면 제동 능력과 조향 성능이 떨어진다. 월 1회 제조업체의 권장 공기압을 참고해 적정 공기압을 맞추는 것이 좋다.

마모가 심한 상태에서 물기를 머금으면 타이어 접지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타이어 그루브에 표시된 마모 한계선을 확인해야 한다. 마모 한계선인 1.6mm에 이르기 전 타이어 교체가 필요하다. 와이퍼, 워셔액, 브레이크, 램프류 등도 점검하면 좋다. 외관 손상의 경우 도색 후 광택, 왁스 작업으로 차체 부식을 일부 방지할 수 있다.

폭우가 내리고 있다면 저지대나 위험 지역은 무조건 우회해서 가야 한다. 운행 도중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즉시 주행 속도를 20~50% 줄이고 앞차와의 안전거리도 1.5배 이상 유지해야 안전하다.

타이어가 배수를 적절히 하지 못하게 되면 차량의 바퀴가 물 위에 떠서 미끄러지는 '수막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가속 페달을 밟아도 속도가 더 빨라지지 않거나 오히려 더 느려지는 등 징후가 있다면 접지력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때도 천천히 주행해야 한다.

침수 직전이라면…일단 대피해야

빗물이 타이어 절반 부근으로 올라오면 위험신호이기 때문에 즉시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특히 최근에 나온 차량일수록 지상고가 낮은 편이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때 시동을 잘못 걸면 엔진 내부로 물이 유입될 수 있으므로 시동을 걸면 안 된다. 보닛을 열고 배터리 단자를 분리하는 응급조치 뒤 보험사에 연락하는 것이 좋다.

디젤차의 경우 하체 부분침수로 머플러에 흙이나 오염 빗물이 역류하면 백금촉매인 매연포집필터(DPF)가 막히므로 즉시 세척이 필요하다.

지난해 서초구에서 폭우로 물에 반 이상 침수된 차량 위에 앉아 있던 남성의 사진이 화제를 끌었다. 사방이 물난리가 난 상황에서도 정장 차림의 남성은 침수된 차량 보닛 위에 올라가 차분히 대기해 '서초동 현자' 등의 별명이 붙기도 했다.

주변 침수 상황이 심각하다고 무리해서 대피하는 것보단 차량 지붕 위에서 기다리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만약 차량이 침수가 됐다면 전자제어장치, 엔진오일, 변속기오일 등의 오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침수가 됐다면 오일을 2~3번 교환해주고 엔진룸과 차 내의 흙 등 이물질은 압축공기와 세척제를 이용해 제거한다. 각종 배선은 커넥터를 분리한 뒤 깨끗이 씻어 말리고 윤활유를 뿌려줘야 한다.

지자체의 도로관리 부실로 인한 싱크홀 등으로 인해 사고가 났다면 보험처리로 먼저 처리한 뒤 해당 시도 지자체의 구상권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임기상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대표는 "침수는 사전예방이 최선이고 정비는 빠를수록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장마철 세심한 관리는 안전과 자동차 수명, 추후 중고차 잔존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