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고 외치는 사내의 고독과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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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교보문고에서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종합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이 48위에 올랐다. 문학출판사들의 세계문학전집에 수록된 고전 가운데 50위 안에 든 소설은 42위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두 권뿐이다. 1948년 일본에서 발표된 <인간 실격>은 2004년 국내에 소개되면서 꾸준한 관심을 끌었다. 그러던 중 2021년 특별 마케팅이나 인플루언서 추천 같은 외부 요인이 없는 가운데 7만 부 이상 판매돼 출판계를 놀라게 했다.
<인간 실격>은 136페이지로 그리 길지 않은 소설이다. 왜 사람들이 지금 이 소설을 읽을까라는 의구심에서 책장을 넘길 때 ‘독려해봐야 소용이 닿지 않는 연약한 인간의 한심하고 안타까운 삶에 동조하긴 싫지만 묘하게 빠져들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살면 안 된다는 걸 너무도 자각하고 있지만, 이미 어느 정도 발을 들여놓은 상태인 사람들이 소설 속 요조가 돼 어느 순간 함께 번민하는 듯했다.
다자이 오사무가 죽은 그해에 마치 유서처럼 썼다는 <인간 실격>은 자전적 요소가 다수 포함돼 있다. 이 소설이 ‘퇴폐의 미, 파멸의 미’를 기조로 한 다자이 문학의 결정체로 불리는 만큼 요조의 탄식은 자칫 배부른 탕자의 푸념처럼 들리기도 한다. 소설 속 요조의 생래적 본성과 부적응이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일본 젊은이들의 허무함을 대변한다고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면도 있다.
시골의 부잣집 막내로 태어난 요조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환경에서 자라지만 대가족이 말없이 식사하는 풍경을 볼 때마다 으스스한 기운에 눌리며 ‘지옥 가운데서 사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사람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겉으로는 익살을 부리며 자신을 감추던 요조는 어릴 때 하녀와 머슴에게 몹쓸 짓을 당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집을 떠나 상급학교에 진학한 요조는 잘생긴 얼굴에다 익살로 사람들의 호감을 사지만 자신의 천성인 말이 없고 음산한 면모에다 시시때때로 둘러싸는 두려움으로 점점 떠밀려가는 인생이 되고 만다.
‘남하고 말다툼을 못 하는 성품이어서 지친 듯한, 아니면 감탄한 듯한 얼굴로 귀를 기울이고 복종하고, 누구에게나 상냥하게 대했지만, 우정이라는 것을 한 번도 실감해 본 적이 없는’ 요조를 시즈코라는 여자는 “당신을 보고 있으면 대부분의 여자는 뭔가 해주고 싶어서 견딜 수 없어져”라며 집으로 데려간다. ‘언제나 쭈뼛쭈뼛 겁먹고, 그러면서도 익살스럽고, 가끔 굉장히 침울한 모습으로 여자들의 마음을 흔드는’ 잘생긴 요조의 기생충 생활은 이후에도 반복된다.
천성적으로 심약하고 어두운 요조가 익살로 자신을 가린 채 술과 모르핀에 의지하다 파멸하는 모습이 ‘요즘 청년들의 힘든 삶이 투영돼 이 소설이 인기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요조는 속마음으로 자신의 약함을 변명하지만 제대로 맞서 정면돌파할 의지를 내보인 적은 없다. 화자는 “우리가 알던 요조는 아주 순수하고 자상하고… 술만 마시지 않는다면, 아니, 마셔도… 하느님처럼 좋은 사람이었어요”라고 판정한다.
술만 마시지 않는다면, 이라는 가정법까지 용인할 정도로 세상은 너그럽지 않다. 괜한 익살로 자신을 감추고 여기저기 기대어 사는 요조도 만나겠지만 그림을 그려 용돈을 벌고 저항하며 각성하고 싶어 하는 요조 쪽도 발견하다 보면 실격되지 않는 인간상을 찾게 되지 않을까.
<인간 실격>은 136페이지로 그리 길지 않은 소설이다. 왜 사람들이 지금 이 소설을 읽을까라는 의구심에서 책장을 넘길 때 ‘독려해봐야 소용이 닿지 않는 연약한 인간의 한심하고 안타까운 삶에 동조하긴 싫지만 묘하게 빠져들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살면 안 된다는 걸 너무도 자각하고 있지만, 이미 어느 정도 발을 들여놓은 상태인 사람들이 소설 속 요조가 돼 어느 순간 함께 번민하는 듯했다.
다자이 오사무가 죽은 그해에 마치 유서처럼 썼다는 <인간 실격>은 자전적 요소가 다수 포함돼 있다. 이 소설이 ‘퇴폐의 미, 파멸의 미’를 기조로 한 다자이 문학의 결정체로 불리는 만큼 요조의 탄식은 자칫 배부른 탕자의 푸념처럼 들리기도 한다. 소설 속 요조의 생래적 본성과 부적응이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일본 젊은이들의 허무함을 대변한다고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면도 있다.
지옥 가운데서 사는 느낌
어려운 가운데서도 반듯하고 힘있게 살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약간의 경멸을 안고 독서를 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내내 요조가 삶의 올가미에서 헤어 나오길 기도하며 읽게 만든다. .시골의 부잣집 막내로 태어난 요조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환경에서 자라지만 대가족이 말없이 식사하는 풍경을 볼 때마다 으스스한 기운에 눌리며 ‘지옥 가운데서 사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사람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겉으로는 익살을 부리며 자신을 감추던 요조는 어릴 때 하녀와 머슴에게 몹쓸 짓을 당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집을 떠나 상급학교에 진학한 요조는 잘생긴 얼굴에다 익살로 사람들의 호감을 사지만 자신의 천성인 말이 없고 음산한 면모에다 시시때때로 둘러싸는 두려움으로 점점 떠밀려가는 인생이 되고 만다.
‘남하고 말다툼을 못 하는 성품이어서 지친 듯한, 아니면 감탄한 듯한 얼굴로 귀를 기울이고 복종하고, 누구에게나 상냥하게 대했지만, 우정이라는 것을 한 번도 실감해 본 적이 없는’ 요조를 시즈코라는 여자는 “당신을 보고 있으면 대부분의 여자는 뭔가 해주고 싶어서 견딜 수 없어져”라며 집으로 데려간다. ‘언제나 쭈뼛쭈뼛 겁먹고, 그러면서도 익살스럽고, 가끔 굉장히 침울한 모습으로 여자들의 마음을 흔드는’ 잘생긴 요조의 기생충 생활은 이후에도 반복된다.
실격되지 않는 인간상을 찾아라
부잣집에서 누리고 살았던 요조는 점점 궁색한 환경에 빠져들고 그 시름을 술로 달랜다. 남의 집에 얹혀살면서도 용돈을 벌기 위해 싸구려 그림을 그리며 나름 자존심을 지키지만, 점점 수렁에 빠지고 만다. 술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약사의 권유로 모르핀 주사액을 사용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중독에 빠지고, 그로 인해 정신병동에 갇힌 요조는 자신을 향해 “인간 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라며 자조한다.천성적으로 심약하고 어두운 요조가 익살로 자신을 가린 채 술과 모르핀에 의지하다 파멸하는 모습이 ‘요즘 청년들의 힘든 삶이 투영돼 이 소설이 인기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요조는 속마음으로 자신의 약함을 변명하지만 제대로 맞서 정면돌파할 의지를 내보인 적은 없다. 화자는 “우리가 알던 요조는 아주 순수하고 자상하고… 술만 마시지 않는다면, 아니, 마셔도… 하느님처럼 좋은 사람이었어요”라고 판정한다.
술만 마시지 않는다면, 이라는 가정법까지 용인할 정도로 세상은 너그럽지 않다. 괜한 익살로 자신을 감추고 여기저기 기대어 사는 요조도 만나겠지만 그림을 그려 용돈을 벌고 저항하며 각성하고 싶어 하는 요조 쪽도 발견하다 보면 실격되지 않는 인간상을 찾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