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 항공우주군 총사령관이 용병단체 바그너그룹의 VIP였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수로비킨 사령관은 지난 24일 쿠데타가 터진 뒤 종적을 감췄다. 러시아군 고위 인사 일부가 바그너그룹의 무장봉기에 동조했다는 의혹이 더 확산하는 모습이다.

29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러시아 비영리 탐사보도 매체 도시에르센터는 수로비킨 사령관이 바그너그룹 VIP 명단에 포함된 문서를 확보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수로비킨 사령관은 바그너그룹이 발급한 개인 등록번호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에르센터에 따르면 러시아 군과 정보기관 소속 고위 간부 최소 30명 이상이 바그너그룹 VIP 명단에 등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그너그룹 VIP가 되면 어떤 혜택을 누리는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수로비킨 사령관은 러시아군 내에서도 강경파로 악명이 높다. 잔혹한 작전을 수행해서다.2017년 시리아 내전에서 정부군을 지원하기 위해 반군 거점을 무차별 폭격하며 '아마겟돈 장군'이란 별명을 얻었다.

수로비킨 사령관은 바그너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과도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시리아 내전에서 함께 싸우며 친분을 쌓았다. 당시 프리고진은 수로비킨을 두고 "러시아군에서 전투 능력을 갖춘 유일한 장성"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10월 수로비킨은 우크라이나전 총사령관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전황이 불리해지자 올해 1월 부사령관으로 강등됐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에게 군부 1인자 자리를 내준 것이다.

이 때부터 수로비킨이 프리고진과 한배를 탔다는 분석이다. 프리고진은 올 들어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겨냥한 비난을 쏟아냈다. 수로비킨도 자국 국방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더 강력한 공세를 펼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수로비킨이 프리고진의 쿠데타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수로비킨이 반란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고 이를 지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현재 수로비킨의 거취는 불투명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체포설이 제기된다. 러시아 매체인 모스크바타임스는 29일 수로비킨 사령관이 반란 사태와 관련한 혐의로 25일 체포된 뒤 모스크바 레포르토프 구치소에 구금됐다고 보도했다. 수로비킨은 24일 바그너그룹이 쿠데타를 일으킨 직후 "당장 중단하라"는 동영상을 공개한 뒤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다만 수로비킨의 딸은 구금설에 대해 "아무 일도 없다"고 일축했다. 크렘린궁(대통령실)도 "사령관(수로비킨)은 현재 국방부 장관과 총참모장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구치소 대신 국방부 내에서 개별 조사를 받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로비킨의 군 경력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별도 조사실에서 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수로비킨의 아내는 지인들에게 "수로비킨이 28일 저녁 귀가하지 않은 뒤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군 수뇌부 숙청에 주력하고 있다. 반란을 기점으로 충성도가 낮은 장성을 내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도 24일 이후 공개 석상에서 종적을 감췄다. 수로비킨의 부관인 안드레이 유딘도 해임됐다.

러시아 출신 미국 언론인인 미하일 지가르는 WSJ에 "푸틴 대통령은 임기 내내 충성 경쟁을 부추겼다"며 "앞으로 푸틴은 군 수뇌부 내 민족주의자·강경파 등을 모두 제거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