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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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수확한 뒤 저장하기 전에 건조할 시간이 필요한데 비가 와 버려서 작업을 며칠 중단했습니다. 그만큼 출하가 줄어드는 것이죠.”(충청남도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A씨)

예년보다 빨리 시작된 장마로 농가에 비상불이 켜졌다. 연초 한파, 봄철 저온에 이어 지난달에는 폭염이 찾아오는 등 변덕스런 날씨가 계속된지라 장마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몇 년 전부터 장마 기간에 비가 짧고 굵게 내리는 스콜 현상이 반복돼 피해는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치 찍은 6월 감자 가격

수확이 한창인 감자의 경우 이른 장마로 인해 도매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30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도매 시장에서 국내산 감자의 6월 평균 거래가격은 ㎏당 1373원으로, 관측이 시작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을 형성했다. 평년(862원)보다는 59.2% 비쌌다. 오이 또한 마찬가지다. 평년(1115원) 대비 43.7% 오른 ㎏당 1603원에 거래됐다.

변화무쌍한 날씨의 영향이 컸다. 3월 이른 더위, 4월 쌀쌀한 날씨, 5월 봄비, 6월 중순 폭염 등 상반기 내내 이상기후가 한반도에 자리한 결과, 정상품의 비율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A 대형마트 채소 담당 바이어는 “이 시기 오이 주산지인 충청남도와 경상북도에서 출하된 물량의 품질이 현저히 저하됐고 하우스에서 재배하는 오이는 폭염으로 착과에 문제가 생겼다”며 “곧바로 장마까지 이어져 여름 내내 오이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감자 농가의 경우 적당한 수확기를 찾기가 힘든 상황이다. 감자는 장마 이전이 최적의 수확시기인데, 올해 비가 너무 일찍 와버렸기 때문이다. 고온다습한 날씨에 쉽게 상해버리는 특성이 있어 수율도 하락했다. 권민수 록야 대표는 “몇 년 전만 해도 감자 잎 하나에 다섯 알이 달려있었지만 지금은 세 알만 딸려나오는 수준”이라며 “비가 오면 포장과 운송 작업에도 차질이 생겨 출하량 감소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엽채류 피해도 우려돼

장마 초입이지만 농가에서는 어느때보다 기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장마의 유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기존의 긴 장마가 작물 생육 속도에 영향을 미쳤다면, 스콜성 폭우는 재배지나 작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생산자들의 설명이다. 비가 내린 뒤에 폭염이 찾아오는 현상이 반복되면 작물이 기후에 적응하지 못해 줄기가 시들거나 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한 식자재 유통업체 관계자는 “폭우 피해를 입은 품목의 경우 품질이 좋지 않다는 낙인이 생긴다”며 “심리적인 이유로 수요가 부진해져 경매 가격이 떨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일부 지역에 비가 집중적으로 퍼붓는 스콜성 소나기는 특히 엽채류 생장에 최악의 조건이다. 상추처럼 표면이 얇은 엽채류는 물을 많이 맞으면 녹아버릴 수 있고 거센 비에 잎이 찢어지기도 한다. 비를 피해 하우스에서 기른다고 하더라도 침수 위험을 피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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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던 6월 마지막주(6월 26~29일)에는 상추 가격이 날마다 상승 궤적을 그렸다. 29일 도매 시장에서 국내산 상추 거래가격은 ㎏당 3910원으로 전주보다 34.7% 올랐다. B 대형마트 채소 담당 바이어는 “7월은 휴가철이 있어 상추 수요는 증가하는데 장마로 공급이 감소하는 시기”라며 “상추 시세는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란은 KAPI가 7월부터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했다. 7월 1일 125포인트로 출발해 8월 말 147포인트까지 지속적으로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에도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한 7월부터 KAPI가 급상승해 7월 초 125포인트에서 8월말 198포인트까지 치솟았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