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극우’로 모는 등 윤석열 정부의 첫 개각을 색깔론으로 맹공격했다. 김 후보자를 이재명 대표는 “극단적 남북적대론자”, 박광온 원내대표는 “반통일적 인물”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은 “흡수통일하자는 인물이 장관을 맡으면 통일부는 개점휴업”이라며 낙마 총력전을 예고했다.

오랫동안 국제정치를 가르쳐온 학자를 ‘남북대결주의자’라는 한마디로 부정하는 정치의 폭력성에 새삼 놀라게 된다. 김 후보자가 진보서적 출판사 대표를 맡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옥살이까지 한 이력은 민주당이 잘 알 것이다. 치열한 방황과 탐구를 거쳐 정립한 연구자의 사고를 극우로 규정하는 것은 학문마저 정치화하는 부적절한 행태다.

발언의 전후 맥락을 무시하고 뚝 잘라 전하는 선동도 넘친다. 김 후보자가 “북한을 타도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야당 지적은 다분히 악의적이다. “북한이 남한을 엄연히 타도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니 우리도 주적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공감하는 국민이 훨씬 많을 것이다. “김정은 면전에서 인권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는 김 후보자의 말도 상식적이다.

김채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임명에 대한 공격도 너무 감정적이다. 야당은 ‘극우 유튜버’라며 총공세 중이지만 민간인 시절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너무 엄격한 잣대로 금기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군인을 생체실험 대상으로 사용했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렸다며 격앙했지만 뉘앙스가 다르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 군대 내 마스크 해제 지시는 생체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불합리한 지시라는 취지였을 뿐이다.

민주당은 “구제 불능 인사”라고 비판하기 전에 자신들의 생각이 국민 상식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고도화한 북핵이 한국을 위협하는데도 무조건 대화를 고집하는 건 ‘굴복만이 살길’이라는 주장에 다름아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힘의 외교를 통해 소련을 해체하고 세계를 더 평화롭게 하지 않았나. 자유민주 질서로의 정상화를 대결과 극우로 모는 구태는 중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