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와 글로벌 소송전에 돌입했다. BOE가 아이폰 화면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특허를 몰래 베꼈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BOE를 대상으로 특허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6일 미국 텍사스주 동부 지방법원에 BOE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 자사가 개발한 아이폰 OLED 디스플레이 특허 5종을 BOE가 무단 도용했다고 봤다. 침해된 기술 5종 가운데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핵심 특허인 ‘다이아몬드 픽셀’ 등도 포함됐다.

이번 소송의 발단은 미국 아이폰 사설 수리업체의 ‘짝퉁 OLED 패널’ 사용에서 비롯했다. 이들 수리업체는 고장난 아이폰12 화면 패널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삼성디스플레이 OLED 패널 정품과 중국산 가짜 제품을 동시에 썼다. 이들 업체에 아이폰12 수리를 맡긴 고객들은 두 제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중국산 가짜 패널이 자사 패널 기술을 고스란히 베꼈다는 점을 확인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가짜 패널을 공급한 모바일센트릭스 등 미국 부품도매업체 12곳에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BOE가 이들 업체에 가짜 제품 패널을 제공한 업체로 지목됐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BOE는 반격에 나섰다. 올 5월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중국법인, 삼성전자 중국법인을 충칭 제1중급인민법원에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한 것이다. BOE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외려 자신들의 OLED 패널 기술을 베꼈다고 주장했다. 참다못한 삼성디스플레이는 “적반하장”이라며 맞소송에 나섰다.

이번 소송전을 놓고 한국과 중국의 OLED 기술 전쟁이 표면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 LCD(액정표시장치) 부문에서 중국발 저가 제품에 밀리자 OLED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