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간이 안 먹어서 멸종되는 생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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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음식들
댄 살라디노 지음
김병화 옮김
김영사
632쪽|2만9800원
댄 살라디노 지음
김병화 옮김
김영사
632쪽|2만9800원
지구촌 어디에서나 스시나 카레, 햄버거나 하몽을 먹을 수 있다. 예전 사람들은 구경도 못 했던 아보카도와 망고도 쉽게 맛볼 수 있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났다. 하지만 음식을 만드는 식자재 종류는 반대다.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돼지고기는 한 품종의 유전자를 근거로 한다. 세계 치즈 절반이 한 곳의 기업에서 제조한 박테리아와 효소로 생산되고 있다. 바나나는 캐번디시 단 한 품종만 거래된다. 씨앗들은 불과 4개의 글로벌 기업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전 세계 인구가 똑같은 종류의 다양성으로 수렴해가는 동안 많은 음식의 재료였던 식물과 동물들은 멸종 위기에 처하고 있다. BBC 기자이자 음식 저널리스트인 댄 살라디노는 <사라져 가는 음식들>을 통해 글로벌 기업에 의해 재배되는 소수의 품종에 밀려나는 토착 품종의 현실을 조명한다. 그는 우리가 잊었거나 존재조차 몰랐던 자연의 동식물을 재배하고 채집하고 사냥하고 요리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토착 품종은 인간이 자연에 효과적으로 적응하는 것을 도와준 식량이다. 남부 독일 알프스산지에서 자란 슈바벤렌틸 콩은 이 산악지대 사람들을 먹여 살리던 품종이다. 척박한 토양에서는 다른 영양원이 못 자라기 때문이다. 멕시코 오악사카의 올로톤 옥수수는 자체적으로 영양을 공급하는 진액을 분비한다. 과학자들은 이것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의 연산 오계도 멸종 위기에 처한 품종이다. 더 빨리 자라고 생산성 높은 현대의 사촌 품종들과 달리 오계는 사흘이나 나흘에 하나씩 알을 낳는다. 조선의 왕 철종은 닭죽을 먹고 몸을 회복한 뒤 오계를 생명을 구해주는 특별한 동물로 지정했다. 오계는 건강을 지켜주는 음식이자 한국 역사의 한 부분이기도 한 것이다.
저자는 생물다양성이 파괴되고 소수의 작물만 대량생산하는 세계 식량 시스템은 질병, 해충, 극단적인 기후에 굴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한다. 따라서 소멸 위기의 동식물을 살리는 것은 인류를 구하는 일이라는 주장을 편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났다. 하지만 음식을 만드는 식자재 종류는 반대다.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돼지고기는 한 품종의 유전자를 근거로 한다. 세계 치즈 절반이 한 곳의 기업에서 제조한 박테리아와 효소로 생산되고 있다. 바나나는 캐번디시 단 한 품종만 거래된다. 씨앗들은 불과 4개의 글로벌 기업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전 세계 인구가 똑같은 종류의 다양성으로 수렴해가는 동안 많은 음식의 재료였던 식물과 동물들은 멸종 위기에 처하고 있다. BBC 기자이자 음식 저널리스트인 댄 살라디노는 <사라져 가는 음식들>을 통해 글로벌 기업에 의해 재배되는 소수의 품종에 밀려나는 토착 품종의 현실을 조명한다. 그는 우리가 잊었거나 존재조차 몰랐던 자연의 동식물을 재배하고 채집하고 사냥하고 요리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토착 품종은 인간이 자연에 효과적으로 적응하는 것을 도와준 식량이다. 남부 독일 알프스산지에서 자란 슈바벤렌틸 콩은 이 산악지대 사람들을 먹여 살리던 품종이다. 척박한 토양에서는 다른 영양원이 못 자라기 때문이다. 멕시코 오악사카의 올로톤 옥수수는 자체적으로 영양을 공급하는 진액을 분비한다. 과학자들은 이것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의 연산 오계도 멸종 위기에 처한 품종이다. 더 빨리 자라고 생산성 높은 현대의 사촌 품종들과 달리 오계는 사흘이나 나흘에 하나씩 알을 낳는다. 조선의 왕 철종은 닭죽을 먹고 몸을 회복한 뒤 오계를 생명을 구해주는 특별한 동물로 지정했다. 오계는 건강을 지켜주는 음식이자 한국 역사의 한 부분이기도 한 것이다.
저자는 생물다양성이 파괴되고 소수의 작물만 대량생산하는 세계 식량 시스템은 질병, 해충, 극단적인 기후에 굴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한다. 따라서 소멸 위기의 동식물을 살리는 것은 인류를 구하는 일이라는 주장을 편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