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2인자이자 항공우주군 총사령관인 세르게이 수로비킨이 용병단체 바그너그룹의 VIP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러시아군 내부에서 쿠데타를 지원했다는 의혹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29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러시아 비영리 탐사보도 매체 도시에르센터는 수로비킨 사령관이 바그너그룹 VIP 명단에 포함된 문서를 확보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수로비킨은 바그너그룹이 발급한 VIP용 등록번호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CNN에 따르면 수로비킨을 비롯해 러시아군 고위급 인사 30여 명이 바그너그룹 VIP 명단에 등록됐다. 다만 VIP에 대한 혜택은 아직 확인된 바 없다.

바그너그룹의 VIP로 지목된 수로비킨은 러시아군의 강경파로 악명 높다. 민간인을 학살하는 등 잔혹한 작전을 거리낌없이 수행해서다. 2017년 시리아 내전에서 정부군을 지원하기 위해 민간인 거주지를 폭격해 ‘아마겟돈 장군’이란 별명을 얻었다.

수로비킨은 바그너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과도 각별한 사이다. 시리아 내전에서 함께 싸우며 친분을 쌓았다. 수로비킨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전 총사령관으로 선임된 지 3개월 만에 강등됐다. 강등된 뒤 수로비킨은 러시아 국방부가 소극적으로 군다고 공개 비판했다.

수로비킨이 바그너그룹의 VIP였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그와 프리고진이 반란을 모의했다는 의혹에 힘이 실린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전날 수로비킨이 쿠데타를 사전에 알았고 군 내부에서 이를 지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현재 수로비킨의 거취는 불분명한 상태다. 수로비킨은 지난 24일 “(쿠데타를) 당장 중단하라”는 동영상을 공개한 뒤 자취를 감췄다. 일각에서 체포설이 제기된다.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타임스는 수로비킨이 반란 사태와 관련한 혐의로 25일 체포된 뒤 모스크바 레포르토프 구치소에 구금됐다고 보도했다. 수로비킨 가족은 체포설을 부인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