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트부터 피아노까지 8명 모두 입상…기악부문선 첫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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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 콩쿠르' 접수한 K클래식
"정명훈 2위할 때 카퍼레이드
50년 만에 한국 위상 달라져"
우크라 전쟁으로 대거 불참 등
"반쪽짜리 콩쿠르" 지적에도
역대 최고 성적은 '유의미'
"정명훈 2위할 때 카퍼레이드
50년 만에 한국 위상 달라져"
우크라 전쟁으로 대거 불참 등
"반쪽짜리 콩쿠르" 지적에도
역대 최고 성적은 '유의미'
세계 3대 콩쿠르인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클래식의 올림픽’으로 불린다. 4년에 한 번씩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성악 등 여러 분야를 놓고 전 세계에서 난다 긴다 하는 음악가가 한데 모여 승부를 겨루기 때문이다. 50년 전 ‘잘나가는’ 피아니스트였던 정명훈이 이 콩쿠르에서 2위를 했을 때 김포공항부터 서울시청까지 카퍼레이드를 할 정도로 큰 상이었다.
이런 ‘꿈의 무대’를 한국 음악가들이 휩쓸었다. 29일(현지시간) 끝난 올해 콩쿠르에서 김계희(바이올린) 이영은(첼로) 손지훈(성악) 등 우승자만 3명 배출했고, 콩쿠르에 뛰어든 8명 모두 상을 받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위상이 떨어진 걸 감안하더라도 ‘K클래식’의 위력이 한층 세진 건 분명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제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한국 연주자의 이름이 호명되는 건 일상이 되고 있다. 2015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면서 파란을 일으킨 데 이어 2017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선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5년 뒤 그 자리를 물려받은 이가 임윤찬이다. 세계적인 콩쿠르를 한국이 2연패한 것이다.
바이올린 부문에선 양인모가 2015년 파가니니 콩쿠르에 이어 지난해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도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두 번 모두 한국인 최초 우승이었다. 이달 초에는 바리톤 김태한이 또 다른 3대 콩쿠르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아시아권 남성 최초로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클래식 음악 역사가 짧은 아시아의 자그마한 나라가 갑자기 클래식 강국으로 떠오르니, 전 세계가 그 이유를 찾느라 분주했다. K클래식이 왜 강한지를 다루는 해외 다큐멘터리가 나올 정도였다.
클래식 음악계에선 K클래식이 도약한 이유로 한국의 체계적인 영재 교육 시스템과 부모의 헌신적 지원, 기업 후원 등을 꼽는다. 동네마다 피아노학원이 있는 등 기초 인프라가 잘 깔려 있고 영재교육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피아노학원에서 예술적 재능을 발견하면 예중·예고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으로 진학해 실력있는 음악가로 거듭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금호문화재단 현대차정몽구재단 등 음악 영재를 후원하는 기업도 많다.
여기에 대회 홈페이지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가 게재되면서 클래식 애호가 사이에서 비판이 나왔다. 러시아의 전쟁에 항의하는 의미로 “차이콥스키 콩쿠르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이로 인해 2019년 954명이었던 지원자는 올해 742명으로 20% 이상 감소했고, 선발된 참가자 236명 중 미국 독일 등 서방국가 출신 지원자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우크라이나 지원자는 한 명도 없었다.
‘반쪽짜리 콩쿠르’라는 지적에도 우리 연주자들이 상을 휩쓴 건 큰 의미가 있다고 클래식 음악계는 설명한다.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의 콩쿠르인 데다 여전히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인정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우승자들은 세계적인 악단과 협연하거나 유명 콘서트홀 무대에 설 기회를 얻는다.
음악계 관계자는 “이번 차이콥스키 콩쿠르를 통해 K클래식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했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수현/최다은 기자 ksoohyun@hankyung.com
이런 ‘꿈의 무대’를 한국 음악가들이 휩쓸었다. 29일(현지시간) 끝난 올해 콩쿠르에서 김계희(바이올린) 이영은(첼로) 손지훈(성악) 등 우승자만 3명 배출했고, 콩쿠르에 뛰어든 8명 모두 상을 받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위상이 떨어진 걸 감안하더라도 ‘K클래식’의 위력이 한층 세진 건 분명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물오른 K클래식
이번 차이콥스키 콩쿠르 수상자 리스트를 보면 K클래식의 메뉴가 한층 다양해진 걸 읽을 수 있다.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플루트 성악 등 수상 분야가 과거에 비해 넓어져서다. 따지고 보면, 이번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최근 몇 년간 계속된 ‘K클래식의 국제 콩쿠르 점령’ 시리즈의 연장선상이다.이제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한국 연주자의 이름이 호명되는 건 일상이 되고 있다. 2015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면서 파란을 일으킨 데 이어 2017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선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5년 뒤 그 자리를 물려받은 이가 임윤찬이다. 세계적인 콩쿠르를 한국이 2연패한 것이다.
바이올린 부문에선 양인모가 2015년 파가니니 콩쿠르에 이어 지난해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도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두 번 모두 한국인 최초 우승이었다. 이달 초에는 바리톤 김태한이 또 다른 3대 콩쿠르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아시아권 남성 최초로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클래식 음악 역사가 짧은 아시아의 자그마한 나라가 갑자기 클래식 강국으로 떠오르니, 전 세계가 그 이유를 찾느라 분주했다. K클래식이 왜 강한지를 다루는 해외 다큐멘터리가 나올 정도였다.
클래식 음악계에선 K클래식이 도약한 이유로 한국의 체계적인 영재 교육 시스템과 부모의 헌신적 지원, 기업 후원 등을 꼽는다. 동네마다 피아노학원이 있는 등 기초 인프라가 잘 깔려 있고 영재교육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피아노학원에서 예술적 재능을 발견하면 예중·예고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으로 진학해 실력있는 음악가로 거듭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금호문화재단 현대차정몽구재단 등 음악 영재를 후원하는 기업도 많다.
○반쪽짜리라는 지적도
이번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대회 위상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콩쿠르는 유네스코 산하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으로부터 지난해 4월 회원 자격을 박탈당했고, 한국 병무청도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는 국제예술경연대회에서 제외했다. 우승하더라도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여기에 대회 홈페이지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가 게재되면서 클래식 애호가 사이에서 비판이 나왔다. 러시아의 전쟁에 항의하는 의미로 “차이콥스키 콩쿠르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이로 인해 2019년 954명이었던 지원자는 올해 742명으로 20% 이상 감소했고, 선발된 참가자 236명 중 미국 독일 등 서방국가 출신 지원자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우크라이나 지원자는 한 명도 없었다.
‘반쪽짜리 콩쿠르’라는 지적에도 우리 연주자들이 상을 휩쓴 건 큰 의미가 있다고 클래식 음악계는 설명한다.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의 콩쿠르인 데다 여전히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인정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우승자들은 세계적인 악단과 협연하거나 유명 콘서트홀 무대에 설 기회를 얻는다.
음악계 관계자는 “이번 차이콥스키 콩쿠르를 통해 K클래식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했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수현/최다은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