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사무국장 27명 중 14명 공무원…파견·교류 직원 전원 복귀
"대학총장 임용권 완전 보장 바람직" vs "사무국장 자리로 교육부 통제"
'나눠먹기' 지적에…국립대 사무국장 자리 내려놓은 교육부
그동안 교육부 공무원이 대학을 '통제'하는 수단 중 하나로 여겨졌던 국립대 사무국장 공무원 임용제가 결국 폐지 운명을 맞았다.

교육부 공무원들이 독점해오다시피 한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를 윤석열 정부 들어 타 부처 공무원과 민간에 개방했으나 결국 '부처 간 나눠먹기'가 됐다는 비판이 나오자 결국 공무원 임용제 자체를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이같은 전격적 조치 배경에는 교육부 '철밥통'에 대한 대통령실의 질책성 기류가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면서, 가뜩이나 최근 수능 출제 논란으로 교육부 국장이 경질되는 등 뒤숭숭한 교육부 내부의 위기감 또한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30일 교육부 사무국장을 공무원으로 두도록 하는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의 '국립학교 설치령' 개정을 즉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립학교 설치령 제9조에 사무국장은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 공무원, 부이사관, 서기관, 기술서기관으로 보한다'고 규정돼 있으나 이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사무국장은 국립대의 직원 인사, 급여, 법무, 자체 감사, 예산 편성과 집행 관리 등 내부 살림살이를 도맡아 하는 직위다.

교육 분야 전문성이 있는 교육부 공무원들이 관행적으로 파견돼왔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대학 자율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관행은 깨졌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대학의 자율권과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해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를 다른 부처 공무원과 민간에 개방한다고 발표하고, 이에 따라 교육부 출신 국립대 사무국장을 대거 대기 발령 조치했다.

그러나 이후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가 민간에 개방되기보다는 대부분 교육부 인사교류를 통해 사실상 다른 부처 직원 파견 자리가 되면서 교육부와 다른 부처가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를 두고 '나눠 먹기' 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국립대 사무국장 27개 직위 가운데 공무원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는 절반이 넘는 14개다.

12개 자리는 인사교류에 따라 모두 다른 부처 공무원이 차지하고 있었고, 2개 자리는 공모를 통해 교육부 출신 직원이 따낸 자리였다.

이날 발표된 조치에 따라 현재 국립대 사무국장으로 파견 나간 다른 부처 공무원들은 모두 복귀 조처된다.

교육부가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를 내주는 대신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다른 부처 파견 자리에 나간 교육부 소속 공무원들 역시 다음 달 1일자로 교육부로 복귀해 대기 발령 상태가 된다.

공모직의 경우 사무국장 임기가 남아 있었지만, 교육부는 대학 자율성을 강화한다는 취지에 맞춰 인사 교류 직원들과 함께 모두 교육부로 복귀 조치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에 대한 반응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긍정적 측면에서는 현 정부의 대학 자율성 강화 조치의 연장선으로, 중앙정부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국립대 총장의 사무국장 임명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대학에서는 교육부는 물론 다른 부처 출신 공무원들이 사무국장으로 오는 데 불편해하는 분위기가 있던 것도 사실이다.

교육부 출신이 사무국장으로 왔을 땐 대학 행정이 교육부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이후 파견 나온 다른 부처 출신들은 업무 전문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의 자율성 강화라는 명분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성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사무국장 파견 대상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무원을 포함해 국립대 총장들의 선택권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의 교육부 길들이기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지난 6월 모의평가에서 '공교육 과정 내 수능 출제'가 지켜지지 않은 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했고, 곧바로 교육부 대입담당 국장이 사실상 경질됐다.

여당 일각에서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언론 브리핑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수능 관련 발언을 잘못 전달해 수험생 혼란을 키웠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4세대 교육행정정보서비스(NEIS·나이스) 먹통 오류로 학교 현장 혼란이 빚어지는 등 문제가 제기되고,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 나눠먹기 비판까지 제기되자 대통령실이 교육부 기강 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대통령실의 교육부 길들이기 아니냐"며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를 통제 수단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를 민간에 한정한 것은 교육부 공무원의 전문성과 경륜을 무시하겠다는 뜻"이라며 "이번 조치가 국립대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