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속에서도 '큰 손'들은 수억원대 명작을 구하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 불황이야말로 명작을 합리적인 값에 사들일 적기라고 판단한 것. 올해 상반기 경매에서 가장 비싼 값에 팔린 작품 톱 5를 정리했다.
①고미술품의 반전…70억에 팔린 조선백자

고미술품이 최고가를 기록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 백자가 비싸게 팔린 비밀은 '용'에 있다. 백자 겉면에 왕실의 권위를 뜻하는 5개의 발가락을 가진 용이 그려져있는데, 이런 그림이 새겨진 백자는 드물다는 설명이다. 마이아트옥션 관계자는 "1990년대 개인 컬렉터에게 팔린 후 한 번도 수리된 적 없이 완벽한 상태로 보관된 작품"이라고 했다.
②25억 기록한 쿠사마의 '땡땡이' 그림

다만 미술계에선 '경기침체가 아니었다면 이 작품은 더 비싸게 팔렸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애초 서울옥션은 이 작품의 시작가를 30억원으로 잡았다. 최고 감정가는 50억원이었다. 미술시장이 꺾이면서 이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된 것이다.
③재출품으로 새주인 찾은 김환기 '북서풍'

이 작품에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이 작품은 지난해 11월 경매에서 추정가 20억~40억원에 나왔다가 시장이 움츠러들면서 출품이 취소됐다. 이후 시작가를 낮춰 다시 경매에 올랐다.
④낙찰액 1위…경매시장 떠받친 이우환

이우환의 작품을 구하려는 수요보다 공급이 적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관계자는 "이우환의 작품 대부분은 미술관 등 기관에 우선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개인이 구매할 수 있는 작품은 소수"라고 설명했다.
⑤페이스가 반한 유영국, 10억원대로

3년 전만 해도 10억원이 넘지 않았던 유영국의 작품 값은 올 초 세계적인 갤러리인 페이스의 전속작가가 된 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 초 경매 낙찰총액은 37억7000만원으로 이우환(72억3000만원), 김환기(41억3000만원)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낙찰률은 92%로 50~60%대에 그친 다른 작가들보다 독보적으로 높았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