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폭몰이' 수사 중단해야" vs "수사와 상관없는 민사 판결"
'월례비는 사실상 임금' 판결에 노동계·경찰 제각각 해석
'타워크레인 월례비가 사실상 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두고 노동계와 경찰이 제각각의 해석으로 맞서고 있다.

노동계는 타워크레인 월례비를 트집 잡아 시작한 경찰의 이른바 '건폭'(건설현장 폭력행위) 수사가 법적 정당성을 잃었다며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경찰은 대법원 판결은 월례비의 법적 성격을 밝힌 민사 판결에 불과하므로 형사적 불법행위에 대한 경찰 수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A 공사업체가 타워크레인 운전기사 16명을 상대로 월례비를 반환하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를 확정하는 심리불속행 결정을 내렸다.

A 공사업체는 2016년 9월부터 2019년 6월까지 타워크레인 운전기사 16명에게 월례비 명목으로 지급한 6억5천400만원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월례비 지급은 수십 년간 지속해 온 관행으로서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월례비는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가지게 됐다"며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월례비를 반드시 지급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이미 지급한 월례비를 부당이득으로 볼 수는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판결 직후 노동계는 '타워크레인 월례비와 관련한 경찰 수사를 중단하라'며 경찰의 전향적인 입장 변경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지난달 30일 성명서를 내고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윤석열 정부는 건설현장 노동환경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강압적이고 무리한 '건폭몰이'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며 경찰 수사를 비판했다.

'월례비는 사실상 임금' 판결에 노동계·경찰 제각각 해석
반면 경찰은 협박과 폭행 등으로 월례비를 강압적으로 받아낸 사례에 대해선 여전히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법원 판결을 검토한 결과 현재 경찰이 진행 중인 타워크레인 월례비 수사와는 무관하다고 결론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은 월례비의 임금 성격을 인정한 민사 판결이고 경찰이 수사하는 사안은 월례비의 민사적 성격과 상관없이 협박과 폭행 등 불법행위로 월례비를 받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타워크레인 월례비를 임금으로 볼 수 있더라도 이를 받아내는 과정에서 이뤄진 불법행위는 별도의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취지다.

대법원 판결을 두고 노동계와 경찰이 상반된 입장을 고수하면서 타워크레인 월례비 관련 경찰 수사의 향방과 이후 이어질 법적 판단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판결이 기존 경찰 수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지만 관련 수사를 확대해 나가려던 경찰의 행보를 일정 부분 제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찰은 지난 3월 월례비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하는 등 타워크레인 관련 불법행위 110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광주경찰청은 지난 4월부터 월례비를 강압적으로 요구해 총 10억 7천789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민주노총 타워크레인 소속 타워크레인 노조 간부 등 33명을 수사 중이다.

또 부산경찰청도 타워크레인 임대사업자 110개 회사로 구성된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의 수사 의뢰를 받아 고액 월례비를 수수한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을 수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