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규영 IBS 혈관연구단장 “뇌 이어진 하수도 막혀 치매 발생”
“뇌에 있는 하수도가 막히면 노폐물이 쌓여 결국 치매가 생기는 겁니다. 평소에 뇌액이 잘 빠져 나갈 수 있도록 턱 아래 부분 목 주변 림프관을 꾸준히 마사지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장 겸 KAIST 의생명과학 특훈교수(사진)는 지난달 29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편집국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고 단장은 치매 발병 요인을 찾은 공로를 인정받아 ‘2023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최근 선정됐다. 그는 “연구 성과를 더욱 발전시켜 세계적인 치매치료제 기업이 한국에 세워질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고 단장은 2020년 국제혈관학회장을 역임한 세계적인 혈관 연구자다. 뇌액 노폐물의 주요 배출 경로가 뇌 하부 뇌수막에서 이어진 림프관이라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해 2019년 ‘네이처’에 발표했다.

뇌는 활동량이 많은 장기다. 뇌는 하루 약 500ml의 뇌액을 만들어 배출한다. 뇌 활동 이후 생성된 독성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은 뇌액을 통해 함께 배출된다. 노화는 뇌액 배출 능력을 약화시킨다. 독성물질이 뇌 곳곳에 쌓이면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이 발병한다. 치매 증상을 유발한다.

뇌액의 배출 경로는 현대 의학에서 100년 넘게 미제로 남아 있었다. 뇌가 생명활동과 밀접하고 단단한 두개골로 쌓여 있어 접근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고 단장은 동물의 뇌에 형광물질을 주입한 뒤 자기공명장치(MRI) 촬영을 수만 번 반복했다.

고 단장은 ‘뇌의 하수도’ 역할을 하는 전체 뇌 림프관 지도를 완성했다. 그는 “뇌막에는 내부지름이 50~100㎛(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한 수백 가닥의 미세 림프관이 달려 있다”며 “노폐물은 턱 밑 부분 목 주변에 있는 길이 20cm 가량되는 림프관을 통해 정맥으로 빠져 나간다”고 했다.

고 단장은 목 주변을 자주 풀어주며 뇌액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근본적으로는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산책과 독서는 치매 예방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도 덧붙였다.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선 고 단장은 ‘문제 설정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해결의 가능성이 비록 없어 보이더라도 과학자는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를 찾아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 단장은 “지금까지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창업을 생각하는 연구실 제자들을 적극 도우며 앞으로도 연구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은 한국 최고 권위의 과학기술인상이다. 대통령 상장과 함께 상금 3억원이 수여된다. 이번 시상식은 5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리는 제1회 한인 과학기술인대회 개막식에서 이뤄진다.

김진원 기자